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가 전기차 판매 부진, 경제 심화 등을 이유로 유럽 직원 감축에 나선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포드는 이날 전기차 수요 약화, 정부 지원 부족, 경쟁 심화로 인한 손실 등을 이유로 2027년 말까지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유럽에서 직원 4000명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 전체 직원(2만8000명)의 14%이자 글로벌 전체 직원(17만4000명)의 약 2.3%에 달한다. 포드는 지난해 2월에도 유럽에서 3800명의 직원을 줄었고, 내년에는 독일 자를루이 공장 폐쇄와 함께 추가 감축에 나설 계획이다.
포드의 감원은 주로 독일과 영국에서 이뤄진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 2900개, 영국에서 800개, 다른 EU 회원국에서 3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1~9월 유럽에서의 포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9% 감소했는데, 이는 업계 전체의 감소율 6.1%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포드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전환으로 계속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업체가 상당한 경쟁과 경제적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산화탄소 규제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 간 불일치를 해결해야 하는데 유럽에선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EU는 203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로 자동차 제조업체에 전기차로의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EU의 압박에 업계는 앞다퉈 전기차 전환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전기차 개발 및 생산에 집중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전체 수요가 둔화하고,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이들의 전기차 판매는 부진했고, 이로 인한 손실도 상당했다.
포드는 특히 이날 독일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전기차 전환을 위한 재정적, 물리적 지원을 촉구했다. 포드는 독일 정부에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는 더 많은 인센티브와 더 나은 충전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지난해 12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고, 이 여파로 올해 1~9월 독일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63% 줄었다.
존 롤러 포드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독일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유럽과 독일에서 부족한 것은 충전 인프라에 대한 공공 투자, 의미 있는 인센티브, 이산화탄소 규정 준수 목표를 충족하기 위한 더 큰 유연성과 같은 전기 모빌리티를 발전시키기 위한 확실하고 명확한 정책 의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로이터는 "포드의 이번 감원은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이자 자동차 산업 강국인 독일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독일은 자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장 폐쇄, 임금 삭감, 일자리 감축 등으로 국가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