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올해 3분기(8~10월) 실적을 거뒀다.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의 본격적인 생산 및 출하는 계획대로 4분기부터 이뤄진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호실적에 크게 반응하지 않으면서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실적 성장세 둔화 우려가 번지는 가운데 야심작 블랙웰의 성과가 주가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20일(현지 시각) 엔비디아는 장 마감 이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350억8000만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 0.81달러로 컨센서스를 각각 6%, 8% 상회했다. 매출총이익률은 75%로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94%, 조정 EPS는 103% 증가했다. AI 반도체 성과가 반영되는 데이터센터 매출이 307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2% 늘었다.
엔비디아는 4분기 가이던스로 매출 375억달러와 매출총이익률 73~74%를 제시했다. 매출은 컨센서스에 상회, 매출총이익률은 컨센서스에 부합한다.
떨어진 주가… 성장세 둔화, 고평가 우려 반영엔비디아 주가는 정규 장에서 0.8% 떨어진 145.84달러를 기록했다.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거래에선 2% 넘게 떨어졌다. 시장은 이번 호실적을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바라보지 않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실적 성장세 둔화 우려가 더 커졌다. 전 분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23년 2분기 88%, 3분기 34%, 4분기 22%, 2024년 1분기 18%, 2분기 15%, 3분기 17%를 기록했다. 가이던스대로 4분기 375억달러를 달성한다면 3분기보다 7% 성장에 그친다.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증가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실적 성장은 이어지고 있으나 크게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주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기도 하다. 엔비디아는 올 들어 195% 폭등했다. 처음으로 세계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오른 6월18일 이후에는 8% 올랐다. 주가수익비율(PER) 69배, 주가순자산비율(PBR) 62배, 주가매출액비율(PSR) 38배 등 지표를 보면 고평가 상태로 판단하기 충분하다.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목표주가를 올려 잡으면서 투자 과열 신호가 가려진 측면이 있다.
블랙웰 4Q 본격 공급… "모든 업체가 원한다"
향후 엔비디아의 성장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는 블랙웰 성과다. 엔비디아는 2분기에 블랙웰을 출시할 예정이었다가 4분기로 미뤘다. 8월에는 설계 결함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다. 블랙웰은 기존 제품인 H100보다 AI 학습은 최대 4배, 추론은 30배 빠른 성능을 낸다. 최고 사양인 블랙웰 울트라에는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12단 HBM3E)가 8개 탑재된다.
최근 발열 이슈가 불거졌으나 엔비디아는 예정대로 4분기부터 블랙웰을 본격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용 제품인 GB200 NVL2와 GB200 NVL72는 지난달 MS와 오픈AI를 시작으로 출하가 이뤄졌다. 콜레트 크레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최신 AI 칩인 블랙웰의 본격적인 생산 및 출하는 4분기부터 시작하고, 내년에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품귀 현상이 몇 분기 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는 "모든 업체가 블랙웰을 원하는 상황"이라며 "TSMC와 몰렉스(커넥터 제조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폭스콘과 콴타, 델테크놀로지스와 HPE, 슈퍼마이크로 등 공급망 관련 모든 업체와 협력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 (169,800원 ▼800 -0.47%)와 한미반도체 (81,100원 ▼600 -0.73%)는 21일 오후 2시30분 기준 약보합권에 머무르고 있다. 호실적 효과가 발현되지 않았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블랙웰 수요는 기대 이상으로 지난 분기에 제시한 가이던스를 상회할 예정"이라며 "최근 발열 이슈가 불거진 바 있지만 이미 블랙웰 기반 서버 랙들은 정상적으로 인도 및 설치되고 있기에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익성은 예고한 대로 추가 위축될 예정이나 일시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엔비디아는 블랙웰의 수익성이 70% 중반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