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9개월 만에 1460원대 돌파
추가 탄핵국면, 원화약세 부추겨
‘최 1인3역’ 상황 불안감 커져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26일 코스피 종가와 장중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8.4원 오른 1464.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거래 종가가 1460원을 넘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강(强)달러’에 따른 환율 상승 압박이 큰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며 정국 불확실성이 다시 극대화한 영향이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장보다 8.4원 오른 146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하락 출발했으나 곧바로 전환해 빠르게 상승 폭을 키웠다. 오전 10시21분에는 1465.5원까지 치솟으며 올해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460원을 넘은 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9개월 만이다. 지난 24일 야간 거래에서 기록한 연고점(1460.3원)도 경신했다.
글로벌 강달러에 주요국 통화가 모두 약세지만 원화 가치는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정치 변수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 의결 이후 환율 변동 폭을 다소 줄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정치 상황에 따라 환율이 재상승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버티기에 이어 한 권한대행에 대한 추가 탄핵이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실제 이날 한 권한대행이 대국민 담화로 헌법재판관 후보 3인에 대한 임명을 여야 합의가 있을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힌 직후 원·달러 환율은 1462원대에서 1464원대로 튀어올랐다.
야당이 곧바로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발의하고 27일 표결하기로 하면서 향후 정국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우선 국회의 탄핵 의결 과정에서 의결정족수를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표면화될 수 있다. 시장에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현실화 가능성에도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한 권한대행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조직법 제26조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이어받는다. 공식 명칭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이 경우 최 부총리가 1인 3역(대통령, 총리, 기재부 장관)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경제 이슈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두고 다시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만약 한 권한대행이 탄핵되면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담당할 텐데 최 부총리도 탄핵당할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외국에선 (한국이) 무정부 상태처럼 보일 수 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전망치 상단을 1500원까지 열어두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환율이 하락하기 위해선 미국 경기 우려로 달러가 약세 전환하는 경로가 유일해 보인다”며 “환율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내년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