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등 자율적 사고
사람 수준 인공일반지능 개발 필수
기존 연산 뛰어넘는 양자컴 주목
빅테크들 개발 인력 확보 속도
뉴시스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의 차세대 먹거리로 ‘피지컬 AI’를 눈여겨보고 있다. 피지컬 AI는 실제 물리적인 접촉이 가능한 실체가 있는 AI를 말한다.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피지컬 AI가 적용되는 분야다.
피지컬 AI 현실화는 간단찮은 일이다. 먼저 인공일반지능(AGI)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피지컬 AI를 실생활에 적용하려면 인간과의 물리적 접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변수를 재빠르게 계산해 내야 하는데 이를 구현하려면 AGI 개발이 필수적이다. 생성형 AI처럼 학습된 반응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처럼 자율적 사고를 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기존 하드웨어의 연산을 월등히 뛰어넘는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자컴퓨터’가 빅테크 기업에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올해 ‘양자컴퓨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기로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양자컴퓨터 비관론을 내놨지만 양자컴퓨팅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엔비디아는 양자컴퓨터 개발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설계 전문가와 양자오류정정과 응용 분야의 전문가들 물색에도 나섰다.
양자컴퓨팅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큰 손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 큐에라컴퓨팅은 최근 2억3000만 달러(약 3317억5200만원) 규모의 펀딩에 성공했다. 이번 펀딩에는 구글과 소프트뱅크비전펀드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2018년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설립한 이곳은 중성원자를 사용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약 1조4500원이다.
프랑스에는 파스칼이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 발굴 귀재라 불리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중 하나인 테마섹홀딩스는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고 시리즈B 펀딩에 1억 유로(약 1513억2700만원)를 투자했다. 지난해 말에는 IBM과 함께 양자 하드웨어를 원활하게 연동할 수 있는 통합 프로그래밍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도 ‘오큐티(OQT)’가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섰다. 김동규 대표가 지난달 설립한 오큐티는 큐에라컴퓨팅과 마찬가지로 중성원자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이다. 설립 직후 카카오벤처스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큐에라의 창업맴버로 256 큐비트 중성원자 양자 컴퓨터 개발에 참여했었다. 현재는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양자컴퓨팅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기술은 기존 컴퓨터의 연산 한계를 뛰어넘는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 컴퓨터가 0 또는 1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과 달리 양자컴퓨터는 00, 01, 10, 11 등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양자적 특성의 ‘큐비트’를 사용해 처리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가 47년이 걸리는 계산을 양자컴퓨터는 6초 만에 끝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자컴퓨터 기술은 초전도체, 이온트랩, 중성원자 활용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레이저로 제어되는 중성원자를 큐비트로 활용하는 중성원자 기술은 초전도 기술보다 유지 비용이 적고, 이온트랩 기술보다 많은 큐비트를 확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아직 연구사례나 노하우가 적립되지 않았다. 김영무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은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위해서는 연산 신뢰도와 확장성, 비용 면에서 효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명오 기자(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