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결혼해 지난해 첫 아이를 낳은 권모씨(33)씨는 지난달 서울 노원구 아파트 84㎡형을 경매로 낙찰받았다. 신생아 특례대출에 양가 부모의 도움도 받았다. 권씨는 “틈틈이 경매 공부를 해왔다”며 “평소 바라던 지역이나 신축은 아니지만 내 집을 시세보다 싸게 마련했다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매로 집을 산 30대 여성이 전년 대비 80% 늘었다. 30대를 중심으로 ‘영끌’이 이어지면서 가계빚은 지난해 말 1927조원까지 차올랐다. 역대 최고치다.
신재민 기자
18일 중앙일보가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경매로 집을 산 30대는 6133명으로 전년 대비 68.1% 증가했다. 특히 30대 여성(2673명)은 같은 기간 80.1% 늘었다. 남녀 불문 전 연령대(평균 59.2%)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30대 남성(3460명) 증가율은 59.8%였다.
금리와 경기 탓에 대출금을 갚지 못한 사람이 늘면서 지난해 경매로 나온 물건이 급증했다. 이런 경매시장에서 30대, 특히 여성이 도드라졌다. 경매전문업체인 공유지분거래소 김종창 이사는 “고위험 투자보다는 실수요를 중시하는 30대 여성이 경매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경제 독립,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강화된 현상”이라고 전했다. 정책금융 대출 영향도 컸다. 연 1~3%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가능한 신생아 특례대출, 2~3% 이자로 2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생애 최초 디딤돌 대출 등 수혜가 30대에 집중돼면서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중에서도 30대가 눈에 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집을 사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30대 여성은 8만1604명으로 전년 대비 21.2% 증가했다. 30대 남성(증가율(21.4%)도 비슷했다. 40대 여성과 남성은 각각 14.5%, 18.5%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 여성은 2.1% 증가한 반면 20대 남성은 2.4% 줄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기존 부동산 주도 세력이 5060 남성이었다면 최근엔 재테크 차원에서 내 집을 마련하고 투자 이익도 얻으려는 30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30대가 ‘큰손’으로 자리잡았지만 그림자도 짙다.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이 전 분기보다 13조원 증가한 1927조3000억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3분기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택 거래가 주춤하지만, 30대를 중심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여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주담대 증가 폭은 11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19조4000억원)보다 줄긴 했지만, 잔액으로 따지면 1123조9000억원으로 역시 최고 기록이다.
김태윤·김경희·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