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4개월차에 접어든 홍모(39)씨는 아기 옷을 미리 장만하고자 이달 말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다. 원래 도쿄를 가려고 계획했는데, 최근 환율이 부쩍 올라 선뜻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기 망설여진다. 홍씨는 몇 년째 지속된 엔저 현상에 일본을 자주 오갔지만, 최근 점차 오르는 엔화에 환율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일본이 아닌 아예 괌으로 행선지를 바꿀지 고민하고 있다.
일본 엔화가 꿈틀대면서 일본 관광을 계획 중인 관광객들이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최근 금리인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엔 환율이 1000원(100엔당)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10일 오전 11시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환율은 전날보다 1.03원 오른 983.31원을 기록 중이다. 불과 두 달 전(935원)에 비해 5%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일본 정부의 금리인상 행보가 엔화 환율을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임금 상승률이 폭증하면서 물가가 올라가고 이때문에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며 “여기에 최근 독일 국채 금리가 폭등하면서 일본 금리와 미국 금리 모두 뛰어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저현상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지속되면서 유지돼왔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세계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국면에서도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계속하면서 800초반대까지 빠졌다.
그러다 지난해 7월 31일 기준금리 깜짝 인상으로 하반기부터 조금씩 오르더니, 올해 1월24일 17년만에 최고치인 연 0.5%로 올리며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앞서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4.0%(신선식품 제외 3.2%) 올랐다. 가파른 물가상승은 일본은행이 상반기 중으로 정책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1995년 9월 이후 최고치가 된다.
한편, 올해 1월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100만명 가까운 규모로 급증하며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1월 방일 한국인 관광객 수는 96만7100명으로,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달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연휴 기간이 길어지자 일본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간 일본은 벚꽃시즌인 3월과 4월에 여행특수를 누려왔는데, 이번 환율 변동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세계일보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