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스라엘은 미국이 후원하는 중재국의 초대를 수락했다"며 "오는 10일 카타르 도하에 협상단을 파견해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앞서 하마스도 가자지구 휴전 2단계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 협상단은 이집트 카이로에 머물면서 중재국과 소통하고 있다.
하마스의 압둘 라티프 알-카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은 가자지구 휴전 2단계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방향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우리는 팔레스타인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2단계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하마스의 "휴전 2단계 협상 신호" 주장을 부인했다고 타임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이번 협상 재개 결정은 2단계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가자지구에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하마스를 향해 "모든 인질을 즉시 석방하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경고 글을 올렸다. 트럼프의 인질 담당 특사인 애덤 볼러가 미국인을 포함한 인질 석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하마스 측과 직접 접촉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이후 지난 6일 미국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하마스가 인질들을 풀어주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공동으로 어떤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군사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해 구호품 반입을 차단한 데 이어 전투 재개 움직임을 보이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협상 난항 이후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7일 이스라엘 언론은 네타냐후 총리와 지도부가 군에 가자지구 작전을 위한 긴급 전투 준비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스라엘이 점진적으로 하마스를 압박해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며 "구호품 반입 차단으로 단계적 전쟁 계획의 첫 단추를 채웠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에도 하마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런 (트럼프의) 위협으로 우리의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휴전 2단계 협상이 우선이며 가자지구에서 전투가 재개될 경우 인질들은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 중 42일간 이어진 1단계는 지난 1일 만료됐다. 휴전 2단계 이행을 위한 협상에서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이에 이스라엘이 1단계 휴전 연장을 요구했으나 하마스는 2단계 이행을 주장하며 거부했다.
현재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59명의 인질을 여전히 붙잡고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 중 3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22명은 살아있다고 보고 있으며 나머지 2명의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질 중에는 21세 미국인 남성 1명과 미국인 4명의 시신도 포함돼 있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