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들 ‘마이웨이’
18일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호주는 코로나 이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금리를 올렸다가, 2023년 11월 이후 연 4.35% 금리를 고수했는데, 이번에 처음 금리를 연 4.1%로 내린 것이다. 금리 인하만 보면 2020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처음 내렸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정학적·정책적 불확실성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가계, 기업이 이런 불확실성으로 계속 지출을 미룬다면 국가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내수·투자 부진이 앞으로 해외 요인 때문에 더 심각해질 수 있어 금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들며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을 중단했지만, 다른 중앙은행들은 호주처럼 금리 인하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경기 위축 우려와 동시에, 트럼프 2기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를 대비한 경기 방어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래픽=이진영
각국 중앙은행, 연준과 다른 길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은 금리 인하 사이클이 당분간 중단될 것이란 입장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8일 호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현시점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날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추가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상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양국 금리 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돼 자본 유출이 심화하고, 환율도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움직임은 다르다. 지난달 말 미국이 금리를 동결한 이후에도 미국 수출이 많은 나라를 중심으로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는 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2020년 5월 이후 처음 내린 것이다. 이는 트럼프발 상호 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식된다. 2022년 기준 인도는 미국에 평균 9.5%의 관세를, 미국은 인도 제품에 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인도 전체 수출액 중 미국이 18%로 최대 수출국인데, 만약 미국이 인도에 대한 관세를 2~3배로 올리면 인도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비슷한 시기 영국(0.25%포인트)과 멕시코(0.5%포인트)도 금리를 내렸다.
앞으로 금리 인하 행렬에 더 많은 중앙은행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19일에는 뉴질랜드도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2~3분기 연속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4분기 실업률은 5%를 넘는 등 성장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성장률 전망 더 내릴 듯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속내는 복잡하다. 위축된 소비, 투자 등 내수를 고려하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이 연 3.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외환시장 변동성이 부담이다. 미국 상황 변화에 따라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로 이어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경기 침체 우려를 기준금리 인하로 타개해야 한다는 지적에 “금리 인하 방향은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시점에 대해선 여러 변수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묻는 질문에 “1.6% 정도로 다시 보고 있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다가, 지난달 1.6~1.7% 정도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다. 그런데 여기에 다시 하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10.8% 상호 관세를 매기면 국내총생산(GDP)이 0.2% 감소할 것이라는 최근의 전망(씨티은행) 등 대외 불확실성이 한은의 올해 전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나중에 속도 조절을 하더라도, 지금은 한은이 꺼져 있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훈 기자 runt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