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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반도체특별법으로 국내 기업 앞서나갈 수 있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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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없다
16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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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김정회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이 지난 24일 국민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협회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적용을 한시적으로라도 한번 운영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웅 기자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가 가장 큰 위협 요소다. 한국산 메모리를 쓰던 중국 전자업계가 자국산 메모리로 수요를 충족하기 시작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 수출용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까지 규제 대상으로 묶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에선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국회 논의가 시급한 반도체 산업 관련 법안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반도체 산업을 통상과 교섭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 대통령정책실 경제보좌관실 신남방·신북방비서관 등을 역임한 김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제적 흐름을 읽어야 국내 기업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안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개념이 나오는 시대에서 30년 전 발족한 세계무역기구(WTO)의 틀로 산업을 바라보면 안 된다”면서 “전력망·반도체특별법 통과로 국내 기업이 앞서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재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근원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더라도 당장 대내외 정책 전체를 손볼 필요가 있다. 이때 중요한 건 큰 흐름을 읽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로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점유율이 크게 성장하면서 미국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봤다. 이 때문에 미국은 수입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을 대거 높이는 등의 대응책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정책이 가진 나비효과가 매우 크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깊게 이해해야만 차별화된 전략을 짤 수 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게 필요한가.


“지금처럼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과거에 없던 방식으로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수십조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운영하면서 기술 개발을 지원했고, 일본은 내년부터 보조금 지원에 더해 세액공제 혜택까지 주기로 했다. 미국과 독일의 반도체 생산공장(팹) 지원 속도는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우리 정부도 내년도 반도체 산업에 정책금융 약 8조4000억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국회에서는 산업을 지원해주기 위한 법안 논의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런 변화는 굉장히 고무적이다.”


-탄핵 정국으로 국회가 멈췄는데.


“국회 논의가 필요한 반도체 업계의 쟁점들이 묻힐까 우려된다. 현재 업계에서는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을 비롯해 인공지능(AI)이라는 기술까지 전방위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 기업 규모는 이 변화를 따라가기가 벅차다. 국내 5대 반도체 장비 기업의 규모를 합쳐도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27분의 1에 불과하고, 인력 규모는 30분의 1에 그친다. 이런 어마어마한 자본과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52시간 근무제를 한시적으로나마 예외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이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반도체특별법 논의가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


-팹 전력 문제를 해결할 법안도 필요한데.


“반도체 기업들이 팹을 만들어도 여기에 필요한 전력을 어디에서 끌어올 것이냐가 현재 가장 큰 문제다. 관련 문제의 해법을 다룬 것이 전력망특별법인데 이 또한 국회에서 진전이 없다. 팹은 전력이 0.1초만 끊겨도 장비가 오염되고 사용할 수 없다. 전력이 끊기면 만들던 반도체는 모두 폐기한다. 하지만 팹이 지역사회에 들어서는 것과 대규모 전력을 끌어오는 것에 대한 주민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전력망특별법은 관련한 중요 의사결정을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내리고, 주민들에 대한 광범위한 보상책 마련을 규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팹을 빨리 지어서 외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데 주민과의 협의 과정부터 무기한 지연되면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나.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설계를 다 하는 차별화된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그래서 다른 기업보다 분야별로 도전해야 할 게 많다. 현재의 위기는 이러한 도전에 적응하고 있는 과정이고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20년 동안 메모리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며 여러 위기를 극복했고 충분한 제조 역량도 갖췄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런 위기가 SK하이닉스 등 국내 다른 기업에도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 자체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반도체 패권 경쟁, 언제까지 지속하나


“상당히 오래 갈 것이다. 모든 국가가 안보와 경제 부문에서 반도체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AI로 의약품과 미사일까지 만들면서 AI 기술력이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게 됐다. 우리는 HBM이 있어서 AI 생태계에 무사히 안착했고, HBM이 없었다면 주변국에 머물렀을 것이다. 미래에도 반도체 기술력으로 AI 생태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나경연 기자(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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