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 조건 꼼꼼히 따져야
금리 인하기가 오자 고금리 적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고금리 막차를 타려는 경우가 늘기 때문이다. 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을 일단 짧게 굴리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고금리 적금은 만기를 31일 등 짧게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고금리 적금 상품의 경우 우대 금리 조건을 맞춰야 최고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고, 월 납입액이 제한되어 있어 실질 이자액이 크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조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
연 7.2% 적금, 한 달 만에 14만좌 팔려
지난달 케이뱅크는 최대 연 7.2% 금리를 주는 ‘궁금한 적금’을 출시했다. 기본 금리 연 1.5%에, 매일 100~5만원까지 31일간 납입 가능한데, 납입할 때마다 무작위로 우대 금리를 연 0.1~1%까지 제공한다. 31일간 매일 납입한 경우 연 7.2% 금리가 적용된다. 이 상품은 지난 19일 기준으로 출시 한 달여 만에 14만좌가 나가며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뱅크도 단기 적금 상품인 ‘26주 적금’ ‘한달 적금’을 운영 중이다. 2018년 출시된 ‘26주 적금’은 작년에만 600만좌 넘게 새로 개설되며 누적으로 2700만좌를 돌파했다. 한달 적금도 누적으로 800만좌를 넘어섰다.
그래픽=양진경
이자가 연 10%가 넘는 상품도 있다. 올해 8월 출시된 애큐온저축은행의 ‘나날이적금’은 매일 1000~3만원씩 100일간 납입하는 상품이다. 기본 금리는 연 2%에, 적립할 때마다 연 0.1%포인트 우대 금리가 붙어 최고 연 12% 금리를 제공한다. 웰컴저축은행이 운영 중인 ‘웰뱅 워킹적금’은 최고 연 10% 금리를 제공한다. 매월 20만원까지 12개월간 납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기본 금리는 연 1%이지만 걸음 수에 따라 우대 금리가 부여된다.
우대 조건 가능성 따져봐야
다만 고금리 적금 상품의 경우 우대 금리 조건이 까다로워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만큼 관련 조건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 작년 9월 금융위원회는 금융사들이 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만 강조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최고 금리와 함께 기본 금리 표시, 설명서뿐 아니라 광고 시에도 우대금리 조건 명시, 만기 시 이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것 등의 내용이다.
실제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전북은행의 ‘JB 슈퍼씨드 적금’의 경우 최고 금리가 연 13.3%에 달하지만 기본 금리는 연 3.3%다. 매월 랜덤 뽑기를 통해 ‘슈퍼씨드’를 뽑아야 우대 금리 연 10%포인트가 적용 가능한데, 당첨 확률은 500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그래픽=양진경
저축은행 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웰컴저축은행의 ‘웰뱅 라이킷(LIKIT) 적금’은 최고 연 14% 금리를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월 30만원까지 12개월 동안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러나 이 역시 기본 금리는 연 2%이고, 롯데카드 ‘로카 라이킷(LOCA LIKIT)’ 결제대금 자동납부 실적이 3개월 이상, 누적 이용 실적이 50만원 이상, 이동통신사·전기요금 등 자동 이체 납부 실적이 3개월 이상 등의 카드 사용 실적을 충족해야 우대 금리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실질 이자액도 확인해야
고금리 상품의 경우 대부분 납입 한도가 낮고 기간이 짧기 때문에, 금리는 높아도 실질 이자액은 소액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상품 소개와 함께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최대 이자액을 공개하고 있는 만큼 상품을 가입하기 전에 받을 수 있는 최대 이자액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케이뱅크 ‘궁금한 적금’의 경우 31일 동안 매일 5만원을 납입해 연 7.2%의 금리를 적용받아도 세전 이자액이 4892원에 불과하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이달 최고 연 12% 금리를 주는 ‘한투원투 한달적금’을 출시했다. 매일 5만원까지 최대 31일간 납입 가능한데, 우대 금리를 모두 적용해 받을 수 있는 최대 이자액은 세전 8153원이다.애큐온저축은행의 ‘나날이 적금’ 역시 매일 3만원씩 100일간 납입해 최고 금리인 연 12%를 적용받아도, 세전 이자액은 원금의 1.7% 수준인 4만9808원에 그친다.
최아리 기자 usimj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