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65원을 넘어서자 게임 대장주 크래프톤 (309,500원 ▲2,500 +0.81%)에 관심이 모인다. 매출 9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데다, 위험 관리를 위해 축적해둔 외화자산이 풍부한 덕에 원화 가치가 내려갈수록 이익을 봐서다. 정치 불안이나 경기 둔화에 영향을 덜 받는 게임 업종의 매력도 부각됐다.
26일 코스피 시장에서 크래프톤은 전일 대비 1000원(0.33%) 오른 30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8.94% 내렸지만 크래프톤 주가는 56.79% 올랐다. 크래프톤이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의 인기에 힘입어 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쓴데다 고환율 수혜가 기대돼서다.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65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후 3시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4원 오른 1464.8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이번주 내내 연고점을 경신 중이다.
게임 업계에서 고환율은 양날의 검으로 여겨지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실보다 득이 크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 2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돼 해외 매출의 비중이 큰 편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매출액의 약 93%가 해외에서 발생해 고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위험 관리를 위해 보유한 외화금융자산도 강달러 국면에서 빛을 발했다. 크래프톤은 외화금융자산은 3분기 말 기준으로 약 1조 1043억원 규모다. 이 덕에 원화 가치가 5% 떨어졌을 때 외화금융자산의 평가액은 552억1867만원 오른다. 외화부채에 따른 손해를 제하고 계산해도 평가액이 494억2192만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도 크래프톤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한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을 최선호주로 꼽으며 중장기 투자 포인트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배틀그라운드의 입지 △풍부한 신작 라인업 △인도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대형사 중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 매력도와 신작 모멘텀을 보유했다"라고 부연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크래프톤은 오래 전부터 (배틀그라운드라는) 단일 IP(지식재산권) 리스크 탈피를 위해 멀티스튜디오/인공지능(AI), 권역 확대 등 다양한 성장경로를 설계해 긍정적"이라며 "내년에도 크래프톤을 최선호주로 추천하며, 현 주가는 내년 감익을 반영하고 있어 우려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이 속한 게임 업종에 대한 의견도 긍정적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안이 증시를 끌어내리는 환경에서 영향을 덜 받는 업종이라서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 기업은 산업 특성상 경기 방어 역할을 해내는 중"이라며 "경기 둔화 및 정치적 이슈에서 자유로운 편이고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4분기 실적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