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동남아로 공장 이전 잇따라
그래픽=송윤혜
대만 폭스콘은 지난 11일 태국 정부로부터 3억600만달러(약 45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승인받고, 태국 촌부리와 라용에서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폭스콘은 그동안 중국 정저우에서 애플 아이폰 등을 대거 만들어왔지만, 이젠 태국에 공장을 짓고 생산에 들어가는 것이다.
앞서 미·중 갈등 속에 트럼프 1기(2017~2020년) 당시 일어난 글로벌 업체들의 ‘탈(脫)중국’이 트럼프 2기 출범을 맞아 더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됐던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공언하자 이번엔 동남아가 ‘트럼프 시대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이브에너지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할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를 2026년부터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말레이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4억233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데 이어 한 달 만에 대미 수출 소식을 전한 것이다. 미국 휼렛패커드(HP)는 향후 2~3년 내에 PC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태국 등으로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고, 델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인 대만 컴팔과 위스트론 등도 지난해부터 베트남 생산 비중을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동남아 내에서 투자 국가도 다양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중국 CATL과 BYD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진출하고, 말레이시아에는 중국 차이나 웨이퍼가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동남아는 중국에서 가까워 기존 공급망을 활용하기도 편리하고, 화교가 많아 근로 문화도 중국과 비슷한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각국도 탈중국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피차이 나립타판 태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우리는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며 “중국으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고 싶다”고 했고,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과 국경을 접한 라오스는 중국 기업들에 더 나은 물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중국 남서부 쿤밍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동남아를 통한 수출이 늘어나면 미국이 베트남 등으로 관세 카드를 확대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감안하면 동남아까지 압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동남아 국가까지 전방위적으로 관세를 올리면 국제 교역이 멈추고, 미국 국내 물가도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chosun.com
이해인 기자 hilee@chosun.com
서유근 기자 kore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