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 429억 순매도
그래픽=김하경
이마트 주가가 27일 6만81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1.02% 하락했는데, 이마트 주가는 전날 종가(7만5500원) 대비 9.8% 떨어졌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마트 주식 429억원어치를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신세계그룹이 전격적으로 중국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이커머스 합작 법인을 만드는 등 전략적 동맹을 맺는다는 발표를 했는데, 시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증권사도 우려 섞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상승세 꺾인 이마트 주가
이마트 주가는 지난 19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국내 인사 중 처음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식사하고 대화를 나눴다는 소식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26일 장 마감 후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7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6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신세계그룹이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G마켓을 떼어내 알리바바와 만드는 합작 법인 밑에 넣기로 했는데, ‘몸통’인 이마트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마트 주식 토론방에서는 “‘멸공’을 외쳤던 이마트가 중국과 손을 잡았다” “트럼프 만나고 와서 뜬금없이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건 어떻게 봐야 하느냐” 등의 반응도 쏟아졌다.
증권가에서도 중국 기업과의 협업에 대해 부정적인 분석이 나왔다. 한화투자증권 이진협 연구원은 “중국 자본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이 형성될 수 있어 이마트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중국으로의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7월 알리익스프레스가 보호 조치 없이 해외 판매 업체 18만여 곳에 한국 고객의 정보를 제공했다며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 알리바바닷컴에 과징금 19억7800만원 부과를 의결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G마켓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플랫폼을 운영해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너지로 작용할까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와의 합작 법인에 G마켓을 현물로 출자한다.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지분과 현금 3000억원을 출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합작사가 수년 내에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IPO 계획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11월 기준 국내 종합 몰 앱 이용자 순위는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11번가, 테무, G마켓 순이었다. 쿠팡의 사실상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는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세를 확대하려는 알리바바는 G마켓의 검증된 판매자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할 수 있다. G마켓은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 유치를 하고 판매자들의 판로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G마켓 정형권 대표는 알리바바와의 협력이 공표된 직후 사내 공지를 통해 “시장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선도 기업으로서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이번 합작 법인 설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협력이 실제 시너지로 작용할지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 김명주 연구원은 “뚜렷한 전략 방향성이 없던 G마켓이 전략 파트너를 확보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한 뚜렷한 시너지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시너지 전략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 오정하 연구원은 “G마켓은 국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고, 알리는 자본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양 사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이마트 주가가 하락한 것과 달리 CJ대한통운은 ‘신세계그룹-알리바바 협력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5.54% 상승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9월부터 G마켓의 도착일 보장 배송 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CJ대한통운은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택배 물량 약 80%를 처리하고 있다.
석남준 기자 namj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