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15년 9개월 만에 1480원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역대급 고환율로 증시 약세가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강달러’ 환경에 유리한 수혜업종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27일 오전 11시경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482.6원을 기록했다. 달러·원 환율이 1480원을 넘은 건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처음이다.
달러·원 환율이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7일 낮 12시 현재 실제 코스피는 전일 대비 41.20포인트(△1.70%) 하락한 2388.47로, 지난 20일 이후 4거래일 만에 다시 24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환율이 폭등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2조2382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5개월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고환율과 정치적 불안, 배당락 등 각종 요인으로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고환율로 인해 수혜를 보는 업종을 찾아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대금을 달러로 받는 수출기업의의 실적이 개선될 것을 기대하기 때문.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업종으로는 자동차주가 꼽힌다. 실제 KRX 자동차 지수는 계엄 발생 직후인 지난 4일부터 26일까지 2.6% 상승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 합산 기준으로 글로벌 생산대수 및 매출액 중 각각 31%, 45% 이상이 달러에 노출돼있는 특성상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완성차 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원·달러 환율 10원당 각각 약 2800억원, 2200억원 변동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이는 내5년 예상 영업이익 대비 각각 1.9%, 1.7%로 합산 1.8% 변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이어 “종합적으로 최근 환율을 반영해 내년 평균·기말환율 가정을 기존 1340원·1280원에서 1395원·1360원으로 조정할 경우, 현대차·기아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합산 28.1조원에서 30.0조원으로 7% 상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주도 최근 고환율 추세 속에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강달러 국면에서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고 인력은 국내에 있어 비용은 원화로 지급하는 게임사의 수혜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지난 3분기 기준 글로벌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게임사는 더블유게임즈(100%)이며 그 뒤는 크래프톤(90%), 시프트업(약 85%), 넷마블(77%), 네오위즈(37%), 엔씨소프트(29%) 등의 순이다. 이 연구원은 “지역별 정산 구조에 따라 달러 강세가 매출에 100% 반영되지는 않지만, 달러 외에도 전년 대비 4분기 평균 환율이 위안 +6.3%, 유로 +4.6%, 엔 +2.5% 수준임을 고려하면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며 “그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사 중 달러 자산이 많은 기업의 영업 외 수익 인식으로 순이익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선박 건조비용을 달러로 지급받는 조선주도 고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이달 들어 2일 21만1000원에서 26일 29만8000원으로 41.2%나 급등했고, 한화오션(13.7%), 삼성중공업(6.2%) 등도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고환율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선박 수요 증가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가이던스 쇼크 및 트럼프 통상정책 불확실성 하에서 지수가 부진한 가운데, 조선·IT하드웨어·기계 등 고환율 수혜를 입는 수출 업종들은 양호한 상대수익률을 기록했다”라며 “특히 조선은 트럼프 정책 하에서 LNG 운반선 수요 기대 및 유지·보수·정비(MRO) 등 방산 관련 협업 기대감이 반영되며 순항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과도한 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증시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수출 업종이라 해도 강달러 효과가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기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수출 업종이라 해도 원자재 수입 물가 상승 및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조달 부담이 큰 경우 고환율이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미국에서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립 중인 반도체업종이 대표적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단순 변동보다는 내수 경기에 대한 부담을 반영하면서 판매대수에 대한 우려가 있고, 해외에서 경쟁 중인 일본의 엔·달러 환율도 최근 3개월 비슷한 폭(10%)으로 상승했으며, 최근 자동차 이익이 물량·가격보다는 환율 변동에 기인하면서 이익 지속성에 대한 밸류에이션 할인의 형태로 반영된다”라며 자동차 주가가 환율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계엄·탄핵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환율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라며, 빠른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지수 흐름과 상관없이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 확대로 인해 달러·원 환율이 연말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압력이 확대될 공산이 높다”며 “탄핵정국 불확실성이 확산된다면 예상보다 조기에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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