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소요 일정 절반 단축 조기지정
360조 투자… 2026년 첫삽 목표
토지보상 놓고 원주민 반발 가능성… 용수 시설-송전망 확보 등도 시급
“정부 적극 개입해 갈등 중재해야”
삼성전자가 2052년까지 최대 360조 원을 투자해 짓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 지난해 3월 후보지 선정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통상 4년 이상 걸리는 일정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하지만 용수(用水), 전력, 토지 보상 등 지금부터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투자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계획을 승인해 31일 고시한다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용인시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대 728만 ㎡에 시스템 반도체 공장(팹) 6기, 발전소 3기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투자 규모는 2052년까지 360조 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정부는 2026년 12월 착공, 2030년 12월 첫 공장 가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고 환경 규제를 신속히 완화했다.
이날 산단을 조성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삼성전자는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실시협약을 맺었다. 김용관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은 “최근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급부상한 반도체 패권 경쟁에 주요 경제국과 신흥국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며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려면 용인 국가 생산이 계획대로 추진돼 선제적으로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게 높다. 가장 가까운 시일 안에 풀어야 할 문제는 토지 보상이다. 정부는 원주민에게 상가 등을 지을 수 있는 용지를 우선 공급하고, 산단 지역 내 총 542가구에는 인근 270채 규모 택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김종율 김종율아카데미 원장은 “토지 보상가는 해당 사업으로 인한 가치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 원주민들의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용수 이슈도 해결해야 한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1장을 만들려면 초순수 7t가량이 필요하다. 정부는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는 2035년부터 강원 화천군 화천댐에서 일일 발전용수 60만 t을 끌어다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화천군 등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실제 SK하이닉스가 120조 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415만 ㎡)도 용수 문제로 사업이 지연됐다. 주 수원지를 여주보로 결정했지만 인허가권을 쥔 여주시가 반발한 것이다. 2022년 11월 SK하이닉스와 여주시는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이는 산업단지 계획이 승인 고시된 지 1년 8개월이 흐른 뒤였다.
지방 발전소에서 전력을 실어나를 송전망도 시급히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는 송전망 구축을 위해 전력망 관련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설립하는 내용의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나 여야 갈등 끝에 결국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 재발의됐으나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해 여야 합의가 시급하다는 게 반도체 업계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갈등 중재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 갈등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전력망특별법 등 관련법도 조속히 통과돼 반도체 클러스터가 차질 없이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