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쇼크·내수 부진 속
트럼프 취임 땐 보호무역 강화
해외 진출 부산 기업 타격 예상
중국산 제품 공세도 위기 고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로 부산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움직임으로 인해 전통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 상공계가 휘청인다. 중국산 공세에 환율 등 금융시장 쇼크, 내수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지역 경제의 내우외환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배터리 업계를 대변하는 제로배출교통협회(ZETA)는 성명을 내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유지를 요청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IRA에 근거해 최대 7500달러(한화 1000만 원 상당)에 이르는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같은 보조금 폐지 움직임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성장 중인 지역 배터리 업계에 적잖은 타격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제47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컨벤션센터에서 대선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동차 업계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개정과 보편 관세 부과 가능성도 우려한다. 화승알앤에이, 성우하이텍 등 멕시코에 진출한 지역 대표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면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트럼프 2기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이 여의치 않은 중국 전기차가 유럽, 중남미, 동남아 등으로 영역을 대폭 넓혀나가는 것도 업계의 큰 위협이다. 실제로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는 내년 초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을 선언하면서 적극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르노코리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유럽 뿐만 아니라 안방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지역 철강업계의 부담 역시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강력한 반중국 정책을 기반으로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쿼터 제한 조치로 인해 한국 철강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노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이 미국 외 지역에 저가 제품 덤핑 공세를 펼쳐 피해를 볼 가능성이 되레 커진다.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다시 지정한 것도 큰 걸림돌이다. 2016년 환율관찰대상국에 오른 이후 7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명단에서 제외됐다가 1년 만에 재지정됐다. 트럼프 2기의 감세 정책도 변수다.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연준 움직임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정책으로 반등을 노린 지역 건설업계로서는 장기 불황을 벗어나기는커녕 환율과 물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악재까지 겹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반면 조선·조선기자재 등 트럼프 당선인이 협력을 강조하며 필요로 하는 업계는 당분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에 환율 상승으로 관광산업도 다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출범까지 남은 두 달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는 한편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경대 안상욱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자국 이익이 우선인 미국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유럽 시장을 공고히 하면서 중국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미국 정책에 대비할 수 있도록 여러 기관과 지역 기업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onlypen@busan.com)
안준영 기자(jyoung@busan.com)
김준용 기자(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