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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주인이 모건스탠리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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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킴
4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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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큰손들, 임대주택 시장 공략

일러스트=김성규


2229조원(1조6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국내에서 임대주택 사업에 나섰다. 모건스탠리 외에도 운용 자산이 870조원(6240억달러) 규모인 미국 사모 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영국 자산운용사 ICG(운용 자산 148조원) 등도 서울을 중심으로 임대주택으로 쓸 주거용 부동산을 사 모으고 있다. 사인(私人) 간 전세 계약이 주를 이루던 국내 임대주택 시장이 1·2인 가구 증가와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월세 위주로 바뀌는 변화가 ‘돈이 된다’고 판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세입자를 모집 중인 서울 강동구 길동 원룸형 임대주택 ‘지웰홈스 라이프 강동’의 집주인은 모건스탠리다. 2016년 준공 후 사업자 부도로 방치된 오피스텔 건물을 지난 7월 모건스탠리가 국내 자산운용사 그래비티자산운용과 함께 133억원에 공매로 사들였다. 이후 임대주택 운영사 에스엘플랫폼(SLP)과 손잡고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했다. 가구와 가전을 모두 갖추고, 일반적인 원룸 건물에선 보기 어려운 입주자 전용 피트니스 시설과 입주자 휴식 공간도 있다. 임대주택 운영사는 “월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10만~20만원 정도 비싸지만, 기업이 직접 소유·관리해 사기당할 우려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고소득 직장인 중심으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외국 자본은 그간 국내에서 오피스나 호텔,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주력으로 삼았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국내 부동산 투자 확대를 위해 전담 팀을 구성하거나, 아시아 지역을 관리하는 싱가포르와 별도로 서울에 새로 사무소를 여는 곳도 생겼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미·중 갈등으로 투자 여건이 악화한 것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린 배경으로 꼽힌다.


그래픽=김성규


◇수천조 굴리는 ‘큰손’이 주인인 임대주택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서울 금천구 독산동 소재 195실 규모 오피스텔과 성북구 안암동의 60실 규모 오피스텔도 사들였다. 모건스탠리는 이를 각각 부동산 운영사 SK디앤디, 홈즈컴퍼니와 함께 서울 도심 내 주거 트렌드를 반영한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모건스탠리가 현재까지 국내 임대주택에 투자한 금액은 600억~7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 사모 펀드 KKR도 올해 초 홍콩계 코리빙(공유 주거) 업체 ‘위브리빙’과 함께 합작 법인을 설립해 국내 임대주택 투자에 나섰다. 지난 3월 영등포구 양평동 5가 ‘더스테이트 선유 호텔’을 매입해 다음 달 고급 레지던스로 선보인다. 지난 7월에는 동대문구 휘경동의 98실 규모 오피스텔을 인수해 ‘위브플레이스 회기’라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ICG는 국내 부동산 운영사 홈즈컴퍼니와 지난해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경기 수원과 서울 가산, 강남, 명동 등에서 호텔이나 오피스텔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 ICG는 그간 아시아태평양 본사를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고 움직여왔는데, 연내 국내 사무소를 열고 한국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외국 자본이 국내 임대주택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은 1~2인 가구가 늘면서 전세 위주의 임대차 시장에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1·2인 가구 비율은 2022년 62.7%에서 10년 뒤에는 71%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불거진 전세 사기 사태 여파로 1·2인 가구가 오피스텔이나 빌라 전세를 꺼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좀 더 비싼 돈을 내더라도 안정적인 기업이 관리하는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경우 장차 인구는 줄더라도 가구 수는 계속 늘어나 안정적인 임대료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정부도 ‘기업형 임대주택’ 확대 추진


정부가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은 것도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부동산 투자회사(리츠), 시행사, 보험사 등이 100가구 넘는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장기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방안을 발표했다. 자금력과 전문성을 갖춘 기업이 대규모 장기 임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임대료 규제를 풀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국내에선 주로 영세한 개인이 전세를 놓다 보니 경기가 침체하면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기업형 임대주택을 10만가구 이상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문제는 정책을 실현하려면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제도화를 위한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사업자에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우려가 있어 야당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수지 기자 sj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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