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올해 강력한 상승세를 뽐내면서 시가총액이 10조엔(약 93조원)을 넘는 기업은 18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30일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증시에서 27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0조엔 클럽'은 18개 회사로 집계됐다며, 이는 역대 가장 많은 수라고 보도했다. 1년 사이 8곳이나 늘었다. 전통적 기업들이 수익 창출력을 키워 투자자들로부터 재평가받고 있단 분석이다.
시가총액 1위는 토요타(약 50조3000억엔)이다. 일본 증시 대장주인 토요타는 올해 글로벌 판매 호조와 가격 인상 효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며 일본 증시 벤치마크인 닛케이지수 상승에 동력을 제공했다. 최근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20%로 약 2배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약 5개월 만에 시총 50조엔을 넘어섰다.
일본 대기업인 히타치제작소는 올해 1월 처음으로 10조엔을 돌파했다. 15년 전 파산 위기에 몰렸던 히타치는 구조 개편과 원천기술을 통해 경쟁력 제고로 성장주로 변모했단 평가를 받는다. 송배전, 디지털 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올해 주가 상승률은 97%에 이른다. 시총 순위는 단숨에 5위로 뛰어올랐다.
닌텐도는 2007년 11월 이후 17년 만에 10조엔 클럽에 복귀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엔터테인먼트 테마가 부상한 가운데 주력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 후속 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슈퍼마리오 등 콘텐츠 파워를 인정받으면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10조엔 클럽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주주환원을 강화한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한 게 특징이라고 짚었다. 이는 올해 일본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 증시 벤치마크인 닛케이225지수의 주가 상승률은 약 20%에 이른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오전 10시10분 현재 닛케이지수는 전일 대비 0.69% 하락한 4만1.50을 가리키고 있다.
CLSA증권의 타케오 카마이 거래 실행 서비스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일본 대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란 믿음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면서 "최근 혼다와 닛산의 합병 소식과 토요타의 주주환원 확대 소식으로 내년 '바이재팬' 움직임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10조엔 클럽 수는 미국과 비교하면 1/9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는 313곳이 있는데 미국 기업이 167곳으로 절반을 넘는다. 중국이 24곳으로 두 번째로 많고 일본이 18곳으로 3위다. 일본에선 젊은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게 미국과의 격차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2000년 이후 창업한 일본 기업 중 10조엔 클럽에 속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