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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상황 속 위기” 입 모은 재계… 혁신적인 기술력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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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없다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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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키워드 위기·혁신·기술


철강·석유화학·배터리 “내실 강화”

AI 성장동력… 미래 대비 한목소리


복합위기 속 다중고(多重苦)를 겪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새해를 맞아 내놓은 신년사에는 ‘위기·혁신·기술’이라는 키워드가 공통으로 등장했다.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를 생존을 위한 최대 고비로 보고 과감한 혁신과 기술 우위를 통해 위기 이후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LG·포스코·롯데 등 주요 그룹은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 환경을 ‘엄중한 상황 속 위기’라고 평가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와 경기 침체,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 등 외부 요인과 국내 정치 불안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한 도전과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며 “우호적이고 희망적인 상황이라도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전방산업 부진으로 생존 기로에 선 철강·석유화학·배터리 기업에서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삼자는 공통 목소리가 나왔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를 비롯한 그룹의 주력 사업이 생존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미래를 준비하면서 어떠한 여건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최근 비상경영을 선언한 LG에너지솔루션의 김동명 사장은 “전기차 시장 캐즘은 2026년 이후에야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현재의 위기가 더 큰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질적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일등이라는 엔솔 2.0의 기반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핵심 계열사 롯데케미칼의 부진으로 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던 만큼 체질 개선과 선제 전략 수립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롯데만이 제시할 수 있는 혁신과 차별화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비용 절감 등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내재화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기업마다 위기를 타개할 해법은 ‘혁신적인 기술’ 뿐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공동명의 신년사에서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은 AI 기술의 변곡점을 맞이해 기존 성공 방식을 초월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도화된 인텔리전스를 통해 올해는 확실한 디바이스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연기와 파운드리 실적 악화 등으로 위기설 한가운데 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근본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하는 기술력 중심의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한 SK하이닉스도 ‘기술’을 강조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지난해는 반도체 업계의 역사를 새로 쓴 한 해였다”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기 위해 경쟁력의 원천인 기술 혁신에 더욱 집중하고, 최고 품질과 성능을 갖춘 혁신 제품을 적기에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전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중심 경영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불안해지는 국내외 정세로 예측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위기를 돌파하고 경쟁자를 압도하려면 ‘1등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어려운 사업 환경일수록 고객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며 “고객 경험 조직 체계를 구축해 고객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조직 전체에 내재화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energy@kmib.co.kr)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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