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멜로니 총리-트럼프 회동 후 협상 진전"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유럽 최대 통신망 구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탈리아 당국자들이 자국 정부에 안전한 통신을 제공하기 위해 스페이스X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탈리아 당국자들은 정부가 사용하는 전화 및 인터넷 통신을 최고 수준으로 암호화하기 위한 15억유로(약 2조2741억원) 규모의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이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와 스페이스X가 협상 중인 계약의 기간은 5년으로, 지중해 일대의 군 통신 서비스와 테러 공격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비상사태에 사용할 '다이렉트 투 셀'(direct-to-cell) 위성 서비스 출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렉트 투 셀은 기존 기지국을 통하지 않고 저궤도 위성통신과 휴대전화와 같은 단말기가 직접 통신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주거용 인터넷부터 해상 운송 및 항공사까지 제공하며 세계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군사용 위성 서비스인 스타실드(Starshield)도 개발 중이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는 기술 도약과 영리한 사업 운영 그리고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 세계 위성통신 시장을 정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가장 많은 정치 후원금을 낸 머스크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사진=(팜비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소식통은 "협상은 아직 진행 중으로 최종 합의는 아직"이라면서도 "해당 프로젝트는 이미 이탈리아 정보국과 국방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2023년 중반부터 검토됐고, 이탈리아의 일부 당국자들은 스페이스X의 서비스로 인한 이탈리아 현지 통신업체 입지 약화 등의 우려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 협상은 최근까지도 교착 상태였다. 그러나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전날 미국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이후 (협상이) 진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첫 집권 당시에도 종종 자신을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묘사하고,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거나 미국 공장에 투자하겠다는 (외국의) 약속을 받아냈다"고 부연했다. 멜로니 총리는 4일 미국을 깜짝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의 저택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미 대선 이후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한편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통신 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 중 하나로, 수년간 수많은 통신업체가 이익 감소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최대 통신사인 텔레콤이탈리아는 지난해 부채 축소를 위해 자사 유선 네트워크를 미국 사모펀드 KKR에 220억유로(33조3441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유럽 주요 국가의 대형 통신업체가 유선망을 매각한 첫 사례였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