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AP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철강회사인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 등 통상 위협을 피해 현지에서 자동차용 강판 등을 생산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공장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제철 쪽은 “제철소 건설 시기와 투자금액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현대제철은 현재 인천·당진·포항 등 국내 제철소 3곳에서 쇳물을 생산하고, 해외에선 쇳물을 생산 하지 않는다. 자동차용 강판의 경우 충남 당진제철소에서만 생산해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미국 내에 제철소를 지으면 최초의 해외 제철소가 되는 셈이다. 투자가 성사되면 투자액은 조 단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 제철소 건립을 검토하고 나선 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 완성차 생산량이 늘어나는 데다, 현지 쇳물 생산을 통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을 피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미국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과 조지아주 기아 공장에 이어, 미국 조지아주 내 첫 전기차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자동차용 강판 조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제철이 미국 내 첫 제철소를 지을 경우 쇳물 생산 방식은 전기로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기존 고로 생산 방식은 탄소 배출로 인한 현지 반발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은 쿼터 제도를 적용받아 연간 268만톤(t)까지만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이 쿼터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도입된 바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 미국 주 정부들과 현지 투자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일본제철의 유에스(US)스틸 인수와 관련해 “관세가 (유에스스틸을) 더 수익성 있고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어줄 텐데, 왜 지금 유에스스틸을 팔기를 원하느냐”고 적었다.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