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서비스업 지표 예상밖 호조
국채금리 상승… 뉴욕증시 하락
올해 금리 인하 일시 중지 전망
금통위 앞둔 한은 강달러에 부담
AP연합뉴스
미국 노동시장의 수요 흐름을 보여주는 구인 규모가 지난해 말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서비스업 업황 지표도 예상치를 웃도는 호조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하 사이클을 수개월 만에 종료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자 미 국채 금리는 치솟았고 ‘강달러’ 압력도 강화됐다.
7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구인 건수가 810만건으로 같은 해 5월(823만명)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70만건)를 웃도는 수치다. 구인 건수는 팬데믹 이후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2년 3월(1200만여건)까지 올랐다가 이후 감소 흐름을 보여 왔다. 지난해 9월 연준은 이 지표를 근거로 노동시장이 빠르게 약화할 위험이 커졌다고 보고 4년 반 만에 ‘빅컷’(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지난해 12월 서비스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4.1로 전달보다 2 포인트 상승했다. 이 또한 시장 전망치(53.4)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비제조업 부문 전체의 경제 상황 지표로 여겨지는 이 지수는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국면, 밑돌면 수축 국면으로 읽힌다. 특히 서비스업 가격지수가 12월 64.4로 전달보다 6.2 포인트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나홀로 호황’이 계속되고 있음을 뜻하는 강한 경기 지표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상승했고,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4.7% 선에 육박하며 지난해 4월 말 이후 8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에 변화가 생길 여지가 크다고 전망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8일 오후 4시5분 기준 1월 금리 동결 전망은 95.2%다. 미 코메리카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빌 아담스는 로이터통신에 “견고한 성장과 관세로 인한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의 혼합은 연준이 올해 금리 인하를 일시 중지하는 것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리 동결 전망 우세에 이날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경기 안정 측면에서 1월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금리를 낮추기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수형 금통위원은 지난 2일 “한은의 통화정책 우선순위는 물가, 금융 안정, 성장순”이라고 언급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발언을 고려했을 때 1월은 동결 가능성이 다소 우세하다고 판단되지만 설령 1월에 인하를 단행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2회 연속 금리 인하를 시행한 만큼 추가 인하에 대해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