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생성된 기록물을 비공개 대상인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한 것이 적법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해당 기록물의 공개·비공개 여부는 파기환송심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비공개 처분 등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앞서 원심은 이 사건 정보가 대통령지정기록물로서 보호기간 중에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대상이라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가 해당 기록물을 설정한 행위의 적법성 등을 사법부가 심리해봤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대법원은 “대통령지정기록물 보호기간 제도 취지에 비춰 보면 보호기간 설정 행위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만한 명백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원칙적으로 그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의 설정 행위는 대통령기록물법에서 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했을 때 비로소 효력을 갖게 되는 만큼 보호기간 설정 행위 효력 유무에 대한 사법심사가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이 사건 정보가 적법하게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고 보호기간이 정해졌는지를 심리했어야 하지만 이를 거치지 않은 만큼 필요한 심리를 다 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청와대에서 생산한 문서들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하고 15~30년의 보호기간을 설정했다.
송 변호사는 2017년 5월 대통령기록관장에게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생산 문서들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장이 ‘보호기간이 설정된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송 변호사는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해당 문서들에 대한 대통령기록물 지정과 보호기간 설정에 대한 적법·유효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송 변호사 측 손을 들어줬다.
2심은 이를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서 보호기간이 설정된 이상 정보공개 거부 처분은 적법하고, 대통령기록관장이 보호기간 설정 행위의 적법성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문서들을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기록물 지정과 보호기간 설정 등 행위가 적법했는지 사법부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라며 “최종 공개 여부에 대한 결론은 파기환송심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매일경제 박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