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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영업이익 1위’ 왕관, 하이닉스에 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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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영업이익 6조5천억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 6조5천억원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지난 수십년간 삼성전자가 지켜온 국내 ‘영업이익 1위’(분기 기준) 기업의 자리를 에스케이(SK)하이닉스에 내주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삼성의 기술 경쟁력이 뒤처지면서 오래된 산업계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기 시작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위기가 그만큼 본격화했다는 뜻인 만큼 회사 안팎에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영업이익 30% 급감에…증권가 “투자자 혼란 가중”


8일 발표한 잠정실적을 보면, 삼성전자는 2024년 4분기(10~12월)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각각 5%, 29% 줄었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역성장을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10조4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의 신호탄을 쐈으나, 3분기에 구형 반도체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자 영업이익 9조2천억원으로 뒷걸음질한 바 있다.


이번 실적은 시장의 낮아진 눈높이도 충족하지 못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보름간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전망치 평균(7조6천억원)을 큰 폭으로 밑도는 성적표다. 앞서 8조~10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대했던 증권사들은 최근 구형 반도체 가격의 계속된 하락세가 확인되자 실적 기대치를 급격히 하향 조정해왔다.


이는 주로 반도체 사업이 예상보다 더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자료를 내고 반도체(DS) 부문의 매출과 이익이 모두 줄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PC)를 비롯한 전자제품 수요가 위축되고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구형 반도체 중심으로 가격이 떨어진 탓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5세대 디램(DDR5)을 비롯해 인공지능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가격은 여전히 비싸지만, 삼성전자는 이들 제품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모두 손익이 악화했다. 회사는 메모리 사업의 경우 첨단 공정의 수율(양품의 비율) 안정화 작업으로 비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도 저조한 수주 실적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증권사들은 파운드리 사업의 4분기 적자가 사상 최대 수준인 2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밖에 각각 경쟁 심화와 비수기 진입에 직면한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번 이익도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요인도 4분기 실적이 예상 밖의 큰 폭으로 악화한 원인을 충분히 설명해주진 못한다는 분석이 많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를 통해 “유례없는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하반기 실적 둔화로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자료 내용만으로는 삼성전자 실적이 경쟁사 대비 유난히 부진한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달 말 실적 설명회 때 더 자세히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분기 하이닉스가 역전할 듯…새해도 ‘먹구름’


삼성전자의 실적이 큰 폭으로 내려앉으면서 국내 산업 구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경쟁사 하이닉스가 성장세를 거듭하며 삼성 턱밑까지 올라와 있는 탓이다. 4분기에는 하이닉스가 삼성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의 4분기 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최근 7조~8조원 수준이다. ‘반도체 혹한기’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삼성전자가 국내 다른 기업에 ‘영업이익 1위’를 내주는 건 드문 일이다.


삼성전자 실적이 언제 바닥을 찍을지도 불투명하다. 증권가는 올 1분기에 삼성전자가 8조원, 하이닉스가 7조1천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번에 삼성전자 실적이 전망치를 크게 밑돈 만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수림 디에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고 “(1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전망”이라고만 했다.


결국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이 한층 장기화하는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 문제가 업계 관측보다 심각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진단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가 휘청이고 있는데다, 파운드리 적자도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도 위기 돌파 여부를 향한 관심이 재차 높아지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잠정실적 발표 직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이에스(CES) 2025’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이지만) 한발짝 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반도체 부문은 부활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의 영향으로 전날보다 3.4% 오른 5만7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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