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수조 원대를 투자해 제철소를 포함한 철강 산업 기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철강 계열사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해 근처 조지아주 현대차·기아 공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첫 해외 생산 기지를 미국에 조성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高)관세 장벽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이 작년 10월 미국 조지아주에 준공한 친환경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미국법인 제공
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용 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 조지아, 루이지애나 등 주(州) 정부와 투자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부지를 확정해 착공하고 2029년쯤 제철소를 완공해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대미 철강 투자 계획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모든 산업 분야에서 관세 장벽을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초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철강 회사 US스틸의 일본 기업 매각에 대해 “완전히 반대한다”며 “세제 혜택과 관세로 미국 철강업을 다시 강하고 위대하게 만들 것이며, 그 일은 빨리 일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결정이 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직접 투자 검토도 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연 268만t)은 쿼터제에 묶여 있는 데다, 멕시코와 캐나다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산 등 세계 상대로 10~20% 보편 관세를 매길 경우 미국 외 제품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철강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탄소 배출’은 관련해선 전기로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 높은 전기료가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미국은 산업용 에너지 가격이 한국보다 낮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지역에 투자해 무역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지 세밀한 검토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정구 기자 jg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