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춤추는 원화값
7일 코스피 지수가 전장보다 0.14% 오른 2492.10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500을 넘겼지만, 하락 마감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16.2원 오른 1453.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달러당 원화가치가 큰 폭 상승해 올해 처음으로 1450원대에 진입했다. 코스피도 상승세를 타며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일 지수인 2500.10에 근접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6.2원 상승(환율은 하락)한 1453.5원으로 마감(오후 3시30분 기준)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3일(1452원) 이후 가장 높다. 상승 폭으로 보면 지난해 8월19일 23.6원 오른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이날 원화값은 오후 한때 1440원대 후반까지 오르기도 했다.
사실 그간 원화값을 끌어내린 것도, 이날 원화를 밀어 올린 것도 이른바 ‘트럼프 효과’다. 이날 외환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장벽 완화 기대감에 강달러 기세가 다소 누그러진 영향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당선인 측이 보편적 관세 계획을 일부 핵심 품목에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기존 10~20% 보편관세 공약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관세 장벽이 완화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도 꺾일 수 있다는 기대에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도 하락세였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관련 보도를 부인하긴 했지만 과격한 수입 관세가 현실의 장벽 앞에 축소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원화가치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의 환 헤지(위험 분산) 물량이 나올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환 헤지를 위해 해외자산의 일부를 팔면 시장에 달러가 풀리면서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소폭 내리며 위안화 강세를 유도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6일 오전 달러당 위안화 거래 기준환율을 전장 대비 0.002% 내린 7.1876위안에 고시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와 동조화 경향이 강한 원화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사자’ 흐름을 보이는 것도 원화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사흘째 올라 전장보다 0.14% 오른 2492.1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1575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사흘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기관은 429억원, 개인은 2030억원 순매도했다. 장중 한때 2521선까지 올랐지만 오후 들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2500선 아래로 내려왔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랠리로 수급이 개선되면서, 조선·방산·바이오 등이 증시 상승을 주도했는데 (장 후반) 대형 반도체주 하락으로 코스피 상승 폭은 축소됐다”며 “1월 8일 삼성전자의 2024년 4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다음 주 JP모건의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이 시장의 향방을 가늠해 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고석현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