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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보다 괜찮다지만, 어디 썼길래”…韓 외환보유액 5년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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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소폭 늘어 4156억弗

은행들 달러 대거 예치한 덕


트럼프발 강달러·정국 불안

원화값 방어에 달러 수요↑




달러. [매경DB]

도널드 트럼프발 강달러에 정국 불안까지 겹쳐 환율이 요동치는 가운데 원화값 ‘방파제’인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선을 지켜냈다. 다만 연말 기준으로 보면 5년 내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정국 수습이 늦어지고 강달러 기조가 계속될 경우 외환보유액 하향 추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말 외환보유액이 4156억달러(약 611조원)로 전월 말 대비 2억1000만달러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적지 않은 달러가 원화값 방어에 투입되며 4000억달러 붕괴에 대한 우려도 나왔지만 금융기관들이 달러를 예치하는 연말 효과 때문에 보유액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분기 말이 되면 평소 주식, 채권 등으로 운용하던 달러를 현금으로 바꿔 한은 계좌에 입금한다. 분기 말 보고서에 기재되는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한은에 예치된 외화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특히 연말이면 한은에 입금되는 외화예수금이 3·6·9월보다도 크게 늘어난다. 실제 한은의 외화 예치금은 지난달 말 252억2000만달러로 한 달 새 60억9000만달러 급증했다.


또 한은의 외화 운용 수익이 늘어난 점도 원화값 방어에 따른 달러 감소분을 상쇄했다. 한은은 외화를 해외 국고채와 회사채, 상장 주식 등에 투자해 운용하는데 미국 증시 활황 등에 힘입어 수익률이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외화예수금 증가 효과가 동일하게 발생하는 연말 외환보유액만 비교해 보면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한 해 동안 45억5000만달러 감소했고, 2021년 말과 비교할 땐 475억2000만달러나 줄었다. 4088억2000만달러였던 2019년 이후 연말 기준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원화값 약세 추세가 올해 내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외환보유액 절대 규모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자칫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달러가 무너질 경우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는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4600억달러이던 외환보유액이 어느새 4100억달러 선으로 감소했다”며 “원화값 변동성이 크지 않았던 지난 2년 반 동안 외환시장 개입이 많았다는 의미인데 원화값 약세가 뚜렷할 올 한 해를 잘 버텨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한은은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에 따른 달러 공급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원화값 급락에 따라 보유 중인 해외자산 일부를 선물환으로 매도하는 환헤지에 나설 예정인데, 환헤지 규모는 최대 해외 자산의 10%인 48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은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왑 한도 증액 효과도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양 기관은 지난해 말 기존 500억달러이던 외환스왑 규모를 65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내린 1469.7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당 1470.0원으로 출발한 원화값은 달러화 대비 엔화와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약세 영향으로 장 초반 147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특별한 정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1470원 안팎에서 달러당 원화값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이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있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분기 중 원화값이 다시 출렁일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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