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막바지 작업에 돌입하면서 공매도 재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탄핵 정국 등으로 최근 국내 증시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점은 막판 변수다.
6일 금감원은 오는 7일부터 대규모 공매도 거래법인에 등록번호를 발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간 일부 개인투자자는 기관과 외국인의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해 실시간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국에 요구해 왔다. 이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무차입 공매도 가능성이 높은 대규모 법인(공매도 잔고 0.01% 또는 10억원 이상)의 거래를 감독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에 시작하는 등록번호 발급은 해당 시스템에 법인을 등록하는 절차다.
김영옥 기자
등록번호는 공매도 전산시스템이 법인에 부여하는 일종의 ‘ID’다. 이후 공매도 거래를 관리하는 중앙점검시스템(NSDS)은 이 등록번호를 기반으로 무차입 공매도 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한다. 공매도를 하는 법인이 여러 증권사나 계좌를 이용해도, 해당 등록번호별로 거래 내용을 모두 집계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공매도 금지 해제의 가장 큰 난관이었던 전산화 시스템 구축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변이 없다면 3월 31일 예정대로 공매도가 재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에 공매도 재개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박경민 기자
금융연구원의 ‘공매도 논쟁과 향후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시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가 2021년에 해제됐을 때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 모두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는 “(가격 하락 효과)는 5일 이내에 사라졌다”고 했다.
2021년 공매도 재개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직후에는 글로벌 유동성이 대규모로 공급되면서 그해 코스피는 3000선을 돌파하는 등 호황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는 탄핵 정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약세 흐름을 타고 있다. 공매도 재개가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일종의 ‘트리거(Trigger·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
변수는 또 있다. 코로나19 당시는 공매도 금지가 일부 대형 종목(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한정됐지만, 최근 공매도는 전면 금지돼 있다. 금지 기간도 예정대로 올 3월에 재개해도 코로나19 당시(1년2개월)를 넘어선 최장(1년4개월)이다. 공매도 재개 시 그만큼 시장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다만 이미 한 차례 공매도 재개를 미룬 상황에서 또다시 늦춘다면 외국인 투자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 공매도 재개는 외국인 투자자 수급 개선 같은 순기능도 있다. 이효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주식이 저점이라는 기대감에 가격 반등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 재개 시점(3월)에는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닐 것”이라며 “큰 변수가 없다면 공매도를 재개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