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고가 아파트값 상승 폭은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중심지에 위치한 고가 주택일수록 대출규제 영향이 적은 데다 공급 부족 우려에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이 심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선도아파트 50지수(2022년 1월=100)’는 104로 전월 대비 0.85% 상승했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에서 3.3㎡당 매매 시세가 높은 50개 단지의 매매가격을 지수화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및 ‘아크로리버파크’ 용산구 ‘이촌 한강맨션’ 등 다수의 고가 아파트가 포함돼있다.
해당 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 폭이 반등한 건 약 4개월 만이다. 지난해 8월 선도아파트 50지수는 99.2로 전월 대비 2.46% 상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출규제가 본격화된 9월부터 상승 폭이 2.16%로 꺾이더니 10월 1.09%, 11월 0.63%로 3개월 연속 줄어든 바 있다.
이는 전국 집값 추이와 대비되는 결과다. KB부동산 통계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89.7에서 12월 89.6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경우 93.1에서 93.3으로 올랐지만 상승 폭이 0.21%에 불과하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 포함 지역 아파트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가 낮아 대출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압구정 등 일부 지역은 재건축 호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3구의 소유권이전등기(매매)가 신청된 집합건물의 거래 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평균 43.4%로 서울 평균(54.3%)보다 낮았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으로, 1금융권 기준 통상 대출금의 120%다. 즉 채권최고액 비율이 낮을수록 집을 살 때 돈을 적게 빌렸다는 의미다.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14차’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월 47억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대14차가 속한 압구정3구역은 올해 시공사 선정에 돌입한다. 전용 84㎡를 보유한 조합원이 재건축 후 동일 주택형에 입주할 시 분담금이 2억 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밖에 서초구 ‘반포르엘’ 전용 97㎡와 송파구 ‘리센츠’ 전용 59㎡도 지난달 각각 45억 2000만 원, 23억 1000만 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반면 대출규제에 민감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아파트값은 갈수록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금천구(-0.05%)와 구로구(-0.04%)와 노원구(-0.03%) 등은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지역별 집값 격차가 벌어지며 양극화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5.6배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을 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다만 이 같은 고가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거래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탄핵정국 등 불확실성에 지속 상승을 단정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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