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 전 분기 대비 30% ↓ ‘어닝 쇼크’
반도체 부문 연간 영업이익,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할 듯
D램 가격 하락, 수익성 악화…HBM 납품도 지연, 올 1분기도 암울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30% 가까이 떨어지면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경쟁사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할 것으로 보인다. D램 가격 하락으로 전반적인 수익성이 나빠진 가운데 연구·개발(R&D) 등 비용마저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몸값이 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납품·양산도 늦춰지고 있어 올해도 한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잠정 공시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23년 4분기 2조8200억원의 2배를 웃돈다.
하지만 2023년은 삼성전자에 손꼽히는 ‘반도체의 겨울’이었던 만큼 이때 실적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9조1834억원)과 비교하면 29.19% 줄어들었다. 매출도 5.18%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예상치를 꾸준히 낮춰왔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던 영업이익은 이후 12조원, 10조원, 8조원으로 점점 떨어졌고 최근에는 7조원까지 내려왔는데 이마저도 미치지 못했다.
반도체가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조원대 초중반으로 직전 분기(3조8600억원) 대비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이 2조원대 적자를 내면서 전체적인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주력인 메모리 사업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범용 D램은 글로벌 수요가 약세인 데다 중국 업계의 공격적인 정책으로 지난해 하반기 가격 하락세를 겪었다.
AI 붐으로 한창 수요가 늘고 있는 HBM 판매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탓도 크다. HBM은 일반 D램 가격의 3~5배인 고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5세대 HBM 제품인 HBM3E를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전자는 “PC·모바일 중심의 컨벤셔널(범용) 제품 수요 약세 속에서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기준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연구·개발비 증가 및 선단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비용 영향으로 실적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삼성전자 반도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밀릴 것이 확실시된다. DS 부문 영업이익은 연간 기준 15조원대로, SK하이닉스(23조원대)의 3분의 2 수준이다.
반도체가 부진할 때마다 빈틈을 메워줬던 스마트폰 판매도 이번에는 큰 힘이 되진 못했다. 스마트폰 담당 MX사업부는 2조원대 초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4분기(2조7000억원) 대비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4분기는 모바일 신제품 출시가 없는 비수기인 데다 애플과의 경쟁 격화와 신흥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올해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를 지나면 D램과 파운드리가 실적의 반등을 이끌어가기 시작할 것”이라며 “D램은 유통 재고가 건전화되고 HBM3E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면서 2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것이며, 파운드리는 (모바일 칩) 엑시노스와 이미지센서(CIS)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영업적자가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