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는 '보편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4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1977년에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새로운 관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EEPA는 대통령이 국가 비상 상황이 닥쳐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판단한 경우 의회의 승인 없이도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한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이 이 법안을 선호한다"며 "이 법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관세 부과에 대해 엄격한 요건 없이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국가 경제 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IEEPA를 통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집권 1기 당시인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IEEPA를 이용해 멕시코가 미국 국경을 넘는 서류 미비 이민자 수를 줄이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모든 멕시코 수입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CNN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해 미국 경제를 부양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다만 CNN은 "만약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관세 도입을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더라도 무엇을 근거로 비상사태의 근거로 삼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자신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을 비판하며 "앞으로 4년간 미국의 경제는 로켓처럼 날아오를 것이지만,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