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지난 2년간 큰 폭으로 올라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S&P500지수가 20%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던 헤지펀드 매니저도 약세론으로 돌아섰다.
헤지펀드 나일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댄 나일스는 올해 미국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어 자신의 최선호 투자 대상(top pick)은 현금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소셜 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올해 내가 예상하는 S&P500지수는 전년 대비 10% 상승(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기업 이익이 10% 늘어날 경우)에서 20% 하락(인플레이션이 반등하고 시장 멀티플이 축소될 경우)으로 이는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폭넓은 지수 전망 범위"라고 설명했다.
나일스는 S&P500지수가 19% 급락했던 2022년에 자신의 탑픽(top pick)은 현금이었다며 "현재 머니마켓펀드(MMF)는 연 4%의 금리를 보장하는데 올해 증시에 대한 나의 우려를 감안할 때 MMF는 견고한 수익률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도될 때 투자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MF는 3개월물 국채 등 초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현금성 자산이다. 만기 3개월짜리 미국 국채는 지난해 대부분의 기간 동안 수익률이 연 5%를 넘었으며 현재는 4.3%를 약간 밑돌고 있다.
나일스는 "나의 가장 큰 걱정은 미국의 강력한 소비 지출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친성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해 2025년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이 다시 촉발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라며 "따라서 내 목표는 2025년에 발표되는 데이터에 대한 시장 반응에 적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더 내리지 않고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상할 가능성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2022년과 상당히 유사하게 1970년대 같은 인플레이션 재발에 대한 우려가 대두된다면 주식과 채권 모두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나일스는 1년 전에는 연준이 경기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S&P500지수가 20%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지난해 S&P500지수는 23% 올랐다.
그는 S&P500지수의 지난 12개월간 주당순이익(EPS)을 기준으로 한 후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5배로 역사적 평균 19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나일스는 "역사적 평균에 비해 주식의 멀티플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상당 부분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지금처럼 높을 때는 10년물 국채수익률이 5.8%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4.6%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역사적 데이터와 비교할 때 현재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인플레이션 수준에 비해 낮기 때문에 국채의 투자 매력이 떨어져 주식이 상대적으로 선호되며 PER이 올라갔다는 의미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장기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채수익률이 더 올라가 증시의 멀티플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어닝 시즌에서 기업들이 제시하는 올 1분기 실적 가이던스가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4분기에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대선을 치른 가운데 올림픽 혜택이 사라져" 광고가 큰 폭으로 줄 수 있는데다 올해는 부활절이 늦어 이 역시 올 1분기 광고 및 소비 지출을 부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해외 실적이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나일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과 관세, 감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으며 AI(인공지능)는 올해 옥석이 가려지며 지난 2년간의 상승세를 다지는 '소화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추천할 만한 종목으로는 네트워킹 장비회사인 시스코 시스템즈와 네트워킹 및 커뮤니케이션 장비회사인 애드트랜(ADTRAN) 홀딩스를 꼽았다. "올해는 대규모 AI 투자로 생성된 막대한 데이터를 네트워킹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규제 완화로 인해 은행업종이 유망하다며 인베스코 KBW 뱅크 ETF(KBWB)와 새 정부 정책의 수혜와 더불어 방어적인 투자로 중형주가 적당하다며 아이셰어즈 S&P 중형주 400 밸류 ETF(IJJ)를 추천했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