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아 당첨 되면 ‘로또’로 불리던 수도권 분양시장에 미분양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자재 값 인상 등 공사비 증가로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 역시 얼어붙고 있어 전국적인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가 계약 포기 물량이 다수 발생하면서 총 558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11월 1순위 청약 당시 1414가구 모집에 2만1129가구가 몰리면서 평균 14.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용면적 105㎡ 이상 대형 면적에서 일부 미달이 발생했다.
이후 전용 84㎡ 역시 당첨자 일부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전체의 30%에 달하는 물량이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전용면적 74㎡(3가구)와 84㎡(111가구) 등 중소형 면적도 포함됐다.
이 단지는 높은 분양가로 주목받은 곳이기도 하다. ‘국민평형’으로 꼽히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최고가 13억9000만원으로, 전용 105㎡는 16억3200만원에 달했다.
HDC산업개발의 다른 사업장인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827가구)도 지난달 1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청약 당첨 후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물량이다.
최초 청약을 진행한 지난해 5월 208가구 모집에 1969명이 몰려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됐지만 이후 미계약 사례가 증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도권 전체에서 감지된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분양한 ‘평촌자이 퍼스티니’는 일반분양 총 570가구 중 미계약 물량이 111가구나 돼 지난달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같은 안양시의 ‘아크로 베스티뉴’ 역시 평균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본계약 체결률이 43%에 그쳐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높은 분양가에 심리적 장벽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청약 당첨 후 계약하지 않으면 다음 청약에서 일정 기간 동안 1순위가 안 되는 ‘패널티’가 존재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이 같은 선택을 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6월 6만6388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꾸준히 줄어들다 같은 해 12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엔 7만4037가구로 최고점을 찍었고 이후 집값 상승에 수요가 반등하면서 줄다가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된 지난해 9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1045가구(6.1%) 증가한 1만8307가구로 2020년 7월 1만8560가구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일경제 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