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빚투 잇달아… 포모 확산 우려
비트코인이 13일 새벽 사상 최초로 9만 달러를 돌파했다. 비트코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확실해진 후 약 일주일간 30% 넘게 급등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표시된 비트코인 시세. 권현구 기자
“이제는 ‘그래도 삼전(삼성전자)인데’라는 말을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투자자 서모(33)씨는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 당시 7만원 초반대로 내려간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당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제기되고 있었지만 주가 전망치가 양호했고, 다시 오를 것이란 믿음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서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주가가 두 달 사이 30% 가까이 내려갈 것을 누가 알았겠느냐”고 토로했다.
미국 대선 이후 서씨처럼 국내 증시에 투자한 개인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증시 반등을 이끌 대내외 요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이 이어지며 13일 삼성전자 주가는 5만600원으로 마감해 ‘4만전자’에 근접했다.
반면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연일 폭등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12일 오후 3시55분쯤(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9만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5일 기준 약 30% 급등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빚내서 코인 샀다”는 인증 글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까지 1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많아졌다. 동시에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과열을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공포 및 탐욕 지수는 ‘극도의 탐욕’을 의미하는 86까지 치솟았다. 이 지수는 투자자의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0에 가까울수록 매도가 많고 10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장은현 기자(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