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올해 주요 업무계획 발표

업계·투자자, 환영과 실망 엇갈려

최근 금융위원회가 법인의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를 허용하겠다면서 비트코인(BTC) 등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관한 계획을 내놓지 않아, 관련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환영과 실망의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개인이 아닌 법인도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단계적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 요약본을 발표했다. 대학·지자체 등 비영리법인부터 먼저 열어주고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원화로 거래할 수 있는 주체는 거래소와 제휴한 시중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개인뿐이다. 금융당국은 법인의 실명계좌 발급을 규정으로 막진 않았으나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들이 발급을 제한한다.

최종 실행되면 법인도 가상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서울대는 2022년 게임사 위메이드가 기부한 8억원 안팎의 암호화폐 위믹스(WEMIX)를 현금화할 수 있다. 서울대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현금화 허용을 요청한 바 있다.

빗썸 관계자는 그린포스트코리아에 “(금융위가 가상자산) 법인 계좌를 일부 허용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이라고 본다”라며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또 유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시장 전체가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개인들만 거래를 할 수 있는 터라 시세가 급등락 하는 현상도 벌어질 수가 있다”며 “(향후) 기관들이 들어와서 투자한다면 아무래도 단기 시세 차익을 얻겠다는 목적보다 중장기적으로 거래(투자)를 할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시장 안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설명했다.

다만, 금융위가 지난 8일 업무계획에 가상자산 ETF 도입을 아예 넣지 않은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불만과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물론 자본시장 기관까지 올해 현물 ETF 도입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은 “가상자산 ETF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해외 사례를 잘 벤치마킹하겠다”고 말했고,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역시 “가상자산 ETF 등 금융투자회사의 사업 확대를 추진해 디지털 자산시장이 우리 자본시장의 미래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가 현물 ETF에 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 도입 자체가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상장·거래 허용을 공약으로 내세워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승리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비트코인 ETF뿐 아니라 이미 이더리움(ETH) ETF까지 거래하는데 국내 도입을 자꾸 미루면 (시장 주도권 등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현물 ETF가 기존 금융시장 성장에도 기여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비트코인 ETF는 작년 1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거래를 승인한 이래 1년 동안 금 ETF와 어깨를 견주는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한 비트코인 ETF 12종의 순자산총액(AUM)이 지난 7일 기준 1127억달러(약 164조원)에 달한다. 지난달 한때 비트코인 ETF의 AUM은 1290억달러로, 미국 금 ETF의 AUM(1240억달러)를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ETF가 금융시장 안정성과 실물경제 생산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그린포스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