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역사이래 최대 위기 왜
美-유럽 등 대규모 신규공장 투자에도, ‘2나노’ 양산 못해 고객사 유치 실패
PC침체속 CPU 점유율 90%→71%로
본업 흔들리며 2분기 2.1조원대 적자… “반도체 칩제작 사업부 등 매각 검토”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진출을 선언했던 인텔이 56년 역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00조 원이 넘는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왕좌 탈환을 꿈꿨던 ‘전통의 강자’ 인텔이 흔들림에 따라 미국 제조업 부활 계획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팻 겔싱어 CEO 9월 구조조정안 직접 발표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9월 중순 이사회에서 회사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인텔은 반도체 칩 맞춤 제작을 담당하는 사업부 한 곳을 매각하는 안을 비롯해 구조조정을 위한 여러 안건을 이사회에 올릴 예정이다. 다만 파운드리사업부를 대만 TSMC 등 잠재 매수자에 매각하는 계획은 이번 안에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눈덩이 적자에 시달리는 인텔의 위기는 결국 기술 장벽을 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인텔은 2021년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이래 미국과 유럽 등에 총 130조 원 규모의 신규 공장 투자를 발표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당초 올 상반기(1∼6월)까지 기존 공정 단계를 뛰어넘어 곧바로 2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양산을 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을 뛰어넘고, TSMC에 이어 2위에 오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올해 4월에는 네덜란드 ASML로부터 첨단 공정 필수 장비인 하이(High)-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하지만 결국 인텔은 2나노 양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6월 들어서야 3나노급 공정에서 자사 프로세서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힌 게 전부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자본 투자에도 불구하고 선단 공정 안정화를 이루지 못해 외부 고객사 유치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 투자가 들어가는 파운드리 공장 특성상 실제 팹 건설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주 및 양산 계획이 어느 정도 나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 금액이 그대로 손해로 돌아오는 구조”라고 말했다.
● ‘텃밭 CPU 시장’도 흔들… ‘쩐의 전쟁’ 철수하나
기존 텃밭이던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침체도 인텔 위기에 불을 지폈다. PC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CPU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른 서버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AMD가 치고 올라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4년 한 자릿수였던 AMD의 서버용 CPU 점유율은 올해 23%까지 올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90%가 넘는 점유율을 가졌던 인텔은 7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탄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도 엔비디아에 뒤처져 존재감을 잃었다. 본업이 흔들리면서 1분기(1∼3월) ―3억8100만 달러(약 5100억 원) 규모였던 순손실 폭이 2분기(4∼6월)에는 ―16억1000만 달러(약 2조1600억 원)로 확대됐다.
글로벌 파운드리 신규 공장 투자계획안도 다수 철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이달 이사회 안건에 공장 확장을 위한 자본 지출을 더욱 줄이는 계획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독일에 있는 320억 달러(약 43조 원) 규모의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혹은 완전히 중단하는 계획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