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시니어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맘때가 되면 퇴직을 앞둔 직장인의 문의가 쇄도한다. 연말이 되면 정년·명예·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퇴직급여다. 퇴직급여는 언제, 어떻게,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퇴직소득세는 얼마나 내야 하고, 절세 방법은 없을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한 직장에서 계속해서 1년 이상 일한 근로자가 퇴직할 때 사용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아르바이트 직원이든 상관없다.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이 안 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퇴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14일이 지나면 퇴직자에게 지연이자(연 20%)를 지급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퇴직자 간 합의로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퇴직급여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퇴직을 앞둔 근로자라면 이게 제일 궁금할 것이다. 퇴직급여 산정방법은 퇴직급여제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퇴직급여제도에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이 있고, 퇴직연금은 다시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으로 나뉜다. 먼저 퇴직금 제도를 운용하는 회사는 퇴직 근로자에게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급여로 지급한다. 계속근로기간은 입사일부터 퇴직일까지 기간이다. 다만, 퇴직급여를 중간정산(중도인출)한 경험이 있으면 마지막 중간정산(중도인출)일 다음날부터 퇴직일까지를 계속근로기간으로 한다. 평균임금은 퇴직일 이전 3개월 동안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 총액을 해당 기간의 총일수로 나눠서 나온 금액이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한 직장에서 30년 동안 일한 A씨가 올해 12월 31일에 퇴직한다. A씨가 올해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받을 임금 총액은 1840만원이고, 해당 기간 총일수는 92일이다. 이 경우 A씨의 평균임금은 20만원(1840/92)이다. A씨는 30일분 평균임금은 600만원에 계속근로기간 30년을 곱해서 나온 1억8000만원을 퇴직급여로 수령하게 된다. 퇴직연금 중 DB형도 이 같은 방식으로 퇴직급여를 산출한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각자 본인의 퇴직계좌 하나씩 가지고 있다. 사용자가 매년 근로자의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의 퇴직계좌에 입금하면, 근로자가 이를 직접 운용한다. 그리고 퇴직할 때 자기 퇴직계좌 적립금을 전부 퇴직급여로 받는다.
퇴직급여 수령 방법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 55세 전에 퇴직하면 퇴직급여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이체해야 한다. 다만 퇴직금 담보대출을 상환하거나, 퇴직금이 300만원이 안 되면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다. 55세 이후에 퇴직하면 IRP 외에 연금저축 계좌에 퇴직급여를 이체할 수 있고, 일시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일시금을 선택하면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남은 금액만 받는다. 연금계좌(연금저축·IRP)에 이체하겠다고 하면 당장의 퇴직소득세를 징수하지는 않는다. 세금은 연금계좌에서 퇴직급여를 인출할 때 과세한다. 연금계좌에 이체한 퇴직급여는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퇴직소득세를 30~40% 감면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일시금을 선택할 경우 퇴직소득세를 얼마나 내야 할까. 퇴직소득세를 좌우하는 요소는 퇴직급여의 크기와 근속연수 2가지다. 근속연수는 근로를 제공한 날부터 퇴직한 날까지를 말하는데, 해당 기간을 365(일)로 나눈 다음 소수점은 이하 숫자는 올림해서 근속연수를 산출한다. 퇴직급여를 중간정산(중도인출)한 경우에는 마지막 중간정산(중도인출)한 다음날부터 계산해 근속연수를 산출한다. 퇴직급여가 많을수록, 근속연수가 짧을수록 퇴직소득세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퇴직급여가 같아도 근속연수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퇴직급여가 똑같이 3억원이라고 하더라도 근속연수가 30년이면 1085만원, 20년이면 1984만원, 10년이면 4289만원, 5년이면 6392만원을 퇴직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연금계좌에 이체한 퇴직급여는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데, 이때는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B씨(55세)의 사례를 보자. 퇴직금은 2억원으로,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B씨는 퇴직소득세로만 20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그래서 B씨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새로 만든 IRP 계좌에 퇴직급여를 이체하고 55세부터 매년 1000만원씩 연금으로 수령하기로 했다. 연금이 개시되면 금융회사는 퇴직급여 원금부터 연금으로 내어주면서 연금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세율은 실제 연금수령연차에 따라 달라진다. 1~10년차까지는 퇴직소득세율(10%)의 70%에 해당하는 7% 세율로 과세한다. 11년차 이후에는 퇴직소득세율(60%)에 해당하는 6% 세율로 과세한다. 매년 1000만원의 연금을 수령하면서 10년차까지는 70만원, 11년차 이후에는 60만원의 세금을 납부하는 셈이다. 이 경우 B씨가 20년 동안 납부하는 세금을 전부 더하면 1300만원으로,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보다 세금을 700만원이나 절약할 수 있다. 퇴직급여를 재원으로 연금소득은 전액 분리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하지 않는다.
퇴직급여 원금이 전부 소진되면, 금융회사는 퇴직급여를 운용해서 얻은 이익을 재원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이때도 연금소득세를 부과하는데 세율은 가입자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연금수급 당시 가입자 나이가 55~69세면 금융회사는 연금수령액의 5.5%, 70~79세면 4.4%, 80세 이상이면 3.3%를 연금소득세로 원천징수한다. 다만,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한 연금소득이 연간 1500만원을 넘는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 과세 하기 때문에 세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데, 이때도 연금수급자가 단일세율(16.5%)로 과세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