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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트럼프 리스크’ 넘는다…SK하이닉스·삼성 차세대 반도체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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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덕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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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K반도체 전략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업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관세 부과 및 보조금 축소 등을 공언해왔다. 트럼프 2기의 정책은 1기 때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한국 반도체 업계는 이번에도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에 맞서는 ‘초격차’ 기술력과 글로벌 생태계 구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4일 오전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그렉 브로크만 오픈AI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충격이 한국 경제에 큰 폭풍우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할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가뜩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산업계엔 때 이른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한국의 수출 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으로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트럼프 1기땐 반도체 수출 신기록 경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특히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공언한 대로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이 폐지되면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새로운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칩스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정부가 생산 보조금과 연구·개발(R&D)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64억 달러와 4억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앞세워 중국과의 새로운 무역 전쟁을 예고한 것도 변수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와 SK하이닉스의 D램 중 약 40%는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다.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높게 매기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5년 이내 중국 공장에서 주요 반도체 제품을 더는 생산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6일(현지시간)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는 낙폭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6일 5만7300원에서 15일에는 5만3500원까지 밀렸다. SK하이닉스 역시 6일 19만5800원에서 15일에는 17만8200원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가 오히려 한국 반도체 기업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행정부가 보여줬던 좌충우돌이 크게 사라지고 더욱 세련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지만, 기회는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트럼프 1기 때도 중국과의 무역분쟁 등으로 반도체 수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실제로는 나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반도체 수출 실적은 무역통계 작성 이래 61년 만에 사상 최대인 9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듬해에도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9.4% 증가했고, 수출액은 1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산업연구원은 당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속해서 증가하면서 반도체가 국내 수출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트럼프 2기에서는 인공지능(AI) 경쟁이 심화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HBM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점유율 1위로, SK하이닉스의 지난 3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전년 대비 330% 상승했다. 대부분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사 갔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서실리아 찬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빅테크 기업 중에서 HBM을 원하지 않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며 “내년에도 AI 반도체 시장의 활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러면서 그는 내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각각 36%, 2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과실을 한국 기업이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긍정적 시그널은 이미 나오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HBM4E 공급 일정을 6개월 앞당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7세대 HBM인 HBM4E 양산을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26년에 양산할 계획이었는데, 젠슨 황 CEO의 요청에 따라 내년 하반기 출하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HBM)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SK하이닉스, HBM 전 세계 점유율 1위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HBM을 앞세워 차세대 반도체로 리스크를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네트워크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올해 들어 숨 가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4월에는 미국 앤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나 글로벌 AI 동맹 구축 방안을, 6월에는 대만을 찾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AI 하드웨어(HW)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인텔 등 美 주요 빅테크 CEO와도 연이어 회동을 했다. 이번 주 칠레를 찾은 데 이어 22~23일에는 일본을 찾는다. 이달 5일에는 SK실트론이 미국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공장 투자와 관련해 미 정부로부터 7700억원의 반도체 지원을 확정받았다. 최 회장은 “한·미 파트너십의 긍정적인 영향과 성공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의미를 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글로벌 AI 반도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결과들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삼성전자도 HBM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HBM 설비 증설은 물론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2027년 가동 목표로 충남 천안시에 패키징 라인 시설을 증설한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주요 고객사들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최적화된 HBM3E 개선 제품 양산화를 추진 중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근원적 사업 체질 강화를 위해 선단·고부가 제품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선단 제품의 경우 AI와 서버용 고수익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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