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증시가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정부의 '밸류업'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코스피는 4%대, 코스닥는 13%대 내렸다. 반면 미국, 중국, 일본 주요 지수는 두자릿수 수익률을 나타냈다.
올해 1월2일부터 10월2일까지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은 -(마이너스)4.05%, 코스닥지수의 수익률은 -13.28%로 주요국 중 가장 낮았다. 홍콩항셍지수(현지시간 오후 3시 기준, 33.64%), 나스닥종합지수(21.30%), S&P500(20.37%), 닛케이225(13.58%), 상하이종합지수(12.63%) 등은 모두 두자릿수 수익률을 보였다.
한달간으로 봐도 국내 증시는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부진했다. 최근 1개월간 코스피지수가 4.45%, 코스닥지수가 0.92% 내린 것과 대조적으로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 효과를 받은 홍콩항셍지수는 26.82%, 상하이종합지수는 18.69% 올랐다. 나스닥종합지수가 4%대 오르는 등 미국 지수도 선방했다. 닛케이225지수는 2.31% 내렸지만 코스피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2일 기준 코스피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31.58포인트(1.22%) 내린 2561.69에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과 미국 증시 부진, 매크로(거시경제) 지표 부진, 외국인의 반도체주 대량 순매도라는 악재를 소화하며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마찬가지로 1.75포인트(0.23%) 내린 762.13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밸류업을 추진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7월 장중 2896.43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 조정, AI(인공지능) 거품론,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제기한 '반도체 겨울' 우려 등의 악재를 정면으로 소화하며 하락해 연초보다 낮아졌다.
한국과 같은 동북아시아 시장으로 묶이는 일본과 중국의 투자 매력도가 올라간 상황도 수급을 덜어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보다 단기적으로 중국과 일본 증시를 사야 할 이유가 생겨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책 모멘텀이 강하게 붙어버린 중국을 강하게(Long)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엔화 약세는 닛케이 강세의 조합으로 연결됐다"라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수출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등 IT 수출 중심의 성장동력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나 3개월 평균으로 본 반도체 수출 증가추세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라며 "속도에 대한 견해와는 별개로 수출모멘텀의 둔화는 상대적으로 분명해 보이는 반면 내수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라고 봤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금투세 도입 가능성도 국내 증시를 짓누르는 불확실성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금투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코스피보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량 비중이 높은 코스닥에 더 큰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라며 "수출 피크아웃 우려에 내수 지표도 좋지 않은 상황이고 중국처럼 금리를 인하하는 분위기도 아니다보니 증시가 안 좋을 수 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