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 대처 방침 재확인해
내년 가계대출 지방 완화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금융그룹. [사진 =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다음달로 연기된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발표가 ‘매운맛’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20일 건설 업계 및 부동산 시장 전문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우리금융지주·우리금융 검사 결과를 내년 초로 미룬 것과 관련해 “위법행위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달리하거나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에 대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불법대출 건과 관련한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정치·경제 상황과 국민 경제의 어려움에 터 잡아서 그것을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넘어갈 생각은 전혀 없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또 “현 경영진 체제에서도 파벌주의 문제나 여신, 자산운용 등 난맥상이 크게 고쳐졌다고 보지 않는다”며 “개인 문제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문제”라고 역설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건설공제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전문가·건설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이사 정년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연임에 도전하면 본인에 대해선 규정 적용을 안 받겠다고 하실 분”이라고 말했다. 함 회장 스스로 ‘셀프 임기 연장’ 논란을 피해 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난 2일 이사가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해도 계속 재직할 수 있도록 내부 규범을 개정했다. 새 규범에 따라 함 회장은 내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면 2년 만에 물러나지 않고 3년 임기를 채울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최근 금융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이 원장의 힘도 함께 빠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이 이날 마이크 앞에 선 것은 이런 금융권 분위기에 경고를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향후 정치 일정과 관계없이 임기를 채우면서 내부 통제 부실, 금융회사 경영자의 참호 구축 문제를 계속 살펴보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원장은 내년 금융권 가계대출과 관련해 “연말에는 연중에 있었던 수도권의 지나친 부동산 급등세에 대응해 엄정하게 가계대출을 관리했지만, 내년에는 시기별 쏠림이 과하지 않게 평탄화해 관리할 예정”이라며 실수요자에 대한 공급을 원할하게 할 뜻을 밝혔다.
특히 부동산 가격 급등 우려가 작은 지방 부동산에 대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은행들에서 내년 가계대출 운영 계획을 받고 있는데 비수도권 부동산에 대해 리스크 관리를 잘한다는 전제하에 수도권보다 여유 있게 목표치를 운영하도록 공간을 주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