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 등 도심 높은 전세가율에 월세 계약…수요자들 '혼란'
대출 규제 걸림돌에 도심 외곽 택하는 청년·신혼부부도 속출
대전의 한 부동산에 걸려 있는 지도. 김지선 기자
"다들 학군만큼은 절대 포기 못 한다는데, 저희는 포기할 것도 없어요. 애초에 주요 학군지는 넘볼 수도 없었습니다."
31일 대전의 한 공인중개사에서 만난 박혜진(30대) 씨는 조만간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거주지를 알아보는 중이다. 하지만 현 전셋집 계약 당시와 확연히 달라진 대출 조건 탓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고려해 주택을 사려했지만 대출 규제로 인해 매매는커녕 전셋집도 규모를 줄여야 할 형편이다.
박 씨는 "아이가 내후년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중간에 이사할 순 없으니 매매를 고려했지만,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축소된 반면 금리는 여전히 높더라"라며 "최근 사업을 정리하며 떠안은 빚까지 계산해 보니 저축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한 지역으로 평수를 낮춰 가려 한다"고 토로했다.
대출 규제와 전세사기 여파, 높은 전세가율 등으로 지방 주택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역 부동산 한 전문가는 "요즘 부동산 시장이 워낙 급변한다. 지역 내에서도 양극화가 벌어지고, 대출 규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주택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 너무 불확실해지면서 업계에서도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 신혼부부의 주거 선택에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이날 또 다른 공인중개사에선 신혼집을 알아보려 방문한 서구 김 모(32) 씨의 하소연이 흘러나왔다.
김 씨는 "2-3억 원대 전셋집을 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혼부부 특례 대출을 받으려니 소득에서 몇 백만 원 차이로 걸리더라"라며 "연말에 소득 기준을 완화해 준다던 정부 발표만 믿고 기다렸는데, 오히려 정책 대출 금리를 올린다는 소식을 들으며 전세는 물 건너갔구나 싶더라. 결국 월셋집을 알아보는 중인데, 착잡할 따름"이라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냈다.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도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계약하러 오는 청년들 대부분은 전세는 무섭다고 한다"며 "결국 월세 계약을 하고 가는데, 지금처럼 금리가 높을 때는 전세나 월세나 크게 차이가 없으니 사고 발생 우려가 덜한 월세가 더 잘 나간다"고 밝혔다.
김지선 기자(gzazoo88@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