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38.9조… 1년새 24% 상승
중국 BYD(비야디)가 3분기(7~9월) 매출에서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미국 테슬라를 제쳤다. 분기 기준으로 비야디가 테슬라 매출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야디는 지난 30일 3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24% 증가한 282억달러(약 38조9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주일 전 공개된 테슬라 3분기 매출(252억달러)보다 30억달러 많은 수치다. 비야디는 3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어난 16억3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장벽을 높이고,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비야디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야디가 이런 실적을 올린 주요 원인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약진이 꼽힌다. 비야디는 ‘순수 전기차(BEV)’만 만드는 테슬라와 달리 전기 충전도 되고 기름으로도 달리는 PHEV를 함께 개발·생산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캐즘 상황에서 충전 부담이 덜한 PHEV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PHEV 판매 비율이 높은 비야디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것도 비야디의 성장세에 속도를 붙이는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장려 정책에 따라 비야디의 4분기 수익도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했다.
지난 2월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 타이창항에 수출을 앞둔 BYD(비야디) 전기차 수천대가 늘어서 있다. 최근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비야디는 올 3분기 해외 판매량이 약 9만5000대로 1년 전보다 약 33% 증가했다./AFP연합뉴스
PHEV 병행하는 비야디, 테슬라 매출 앞질러
비야디는 캐즘 속 전기차의 대안으로 PHEV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5월 2000만원 안팎에 출시한 ‘Qin L’과 ‘Seal 06′이 대표적이다. 엔진 효율을 개선하고 배터리 출력 밀도를 높인 새 PHEV 시스템을 적용한 덕분에 배터리를 100% 충전하고 기름을 가득 채우면 최대 2100km까지 달릴 수 있다. 비야디의 3분기 PHEV 판매량은 약 68만대로 작년 동기 대비 75% 안팎 늘었다. 같은 기간 BEV 판매량은 약 44만대로 2.8% 증가에 그쳤다.
비야디 차량의 약 90%가 팔리는 중국 시장에서 PHEV 수요가 급증한 것도 호실적을 이끌었다. 올 상반기 중국에선 PHEV가 작년 동기 대비 2배 수준인 약 191만대 팔렸다. 글로벌 PHEV 판매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상반기 62%에서 올해 상반기 약 74%로 올랐다.
가격 경쟁력 역시 비야디가 테슬라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 그 배경엔 BYD가 배터리 세계 2위 기업이란 점이 있다. 전기차 원가의 30% 상당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보다 원가를 낮추고 저렴한 판매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 일본 파나소닉 등 해외 배터리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중국 내수의 뒷받침도 빼놓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비야디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총 26억달러(약 3조500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수요 감소에도 비야디는 해외에 생산 기지를 세우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 태국에 해외 첫 전기차 공장을 지었고, 튀르키예와 헝가리에도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그래픽=백형선
글로벌 수요 부진 속 선전하는 전기차 업체들
비야디는 물론 테슬라도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3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지만,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줄줄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다. 폴크스바겐은 3분기 영업이익이 28억5500만유로(4조2600억원)로 1년 전보다 41.7% 줄었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벤츠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 급감했다. 두 회사 모두 매출 비중이 큰 중국에서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테슬라나 비야디 같은 전기차 선두 업체들이 전통 자동차 기업보다 위기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는 내연차 대비 부품 수가 30~40% 정도 적고, 상대적으로 생산량이나 고용 인력이 적기 때문에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연구원장은 “테슬라가 차량을 한 번에 찍어내는 방식으로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비야디는 이를 빠르게 학습했다”며 “수요 정체로 자동차 가격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앞으로는 원가 절감 능력이 기업들의 미래를 가를 수 있다”고 했다.
이영관 기자 ykw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