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5억 달러… 13개월 연속 플러스
증가율 둔화·미국 대선 등은 변수
수출이 13개월 연속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0월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 품목 1위 반도체와 2위 자동차가 견고한 ‘엔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돌지 않는 데다, 증가세 둔화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 정책 변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지정학적 위기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575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보다 4.6%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 늘어난 543억5000만 달러였다.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31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6월부터 흑자 행진을 보였다.
올해 10월 수출을 이끈 1등 공신은 반도체다. 125억 달러를 수출하며 10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째 증가세다. 고부가·고성능 메모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D램인 고용량 DDR5 수출 비중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올해 들어 월별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1월(94억 달러)과 2월(99억 달러)을 빼고 3월부터 110억~130억 달러 안팎에 이른다.
자동차 수출액도 전년 동월 대비 5.5% 늘어난 62억 달러로 집계됐다. 자동차도 10월 기준으로 최대 실적이다. 자동차 부품 수출은 18억8000만 달러(지난해 10월보다 5.9% 상승)로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석유제품 수출은 유가와 연동하는 제품 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9% 감소한 34억 달러에 그쳤다. 조선 수출은 인도 시점 변경 등으로 20억3000만 달러에 머물러 전년 동월 대비 28.5% 줄었다.
지역별로 대(對)중국 수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22년 9월 이후 25개월 만에 최대 실적인 122억 달러(+10.9%)를 찍었다. 대미 수출도 역대 10월 중 최대치인 104억 달러(+3.4%)로 15개월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수출 증가율이 3분기 들어 둔화하고 있다. 수출 성장률은 1분기 8.1%, 2분기 10.1%에서 7월 13.5%까지 높아졌다가 8월 11%, 9월 7.5%, 10월 4.6%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로 추산하면서 “순수출이 0.8% 포인트 줄어 성장률을 깎아 먹었다”고 분석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부문 수출의 증가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데이터 저장소 건설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던 2016~2017년과 현재를 비교하면, 당시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현재는 감소 추세”라며 “한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능력 등을 고려했을 때 추세적으로 수출 증가 폭이 하락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견고한 수출 증가 흐름을 유지한다고 전망하면서도 중동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대선 결과 등의 대외 불확실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수출 관련 지표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산출하기 위해 계절 요인을 제거하는 등 각종 지수를 가공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수출이 얼마나 잘 되는지를 보기 위해 국제적으로 통관 기준 무역통계를 활용하는 지표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도 수출 증가 폭이 지난 분기보다 줄었다는 것이지, 증가 흐름이 꺾인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대자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과거처럼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은 쉽지 않지만 한 자릿수 증가율이 결국 역대 최대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은현 기자(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