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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사기라던 트럼프 “금처럼 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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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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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트럼프 랠리’... 비트코인·美증시 사상 최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27일 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비트코인을 금처럼 미 중앙은행의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주식과 가상 자산 시장에서 ‘트럼프 랠리’가 더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가 공개 지지해온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 새 20% 가까이 상승해 사상 처음으로 8만1000달러를 돌파했다. 다우평균과 나스닥지수 등 미 증시 대표 지수들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1일 글로벌 가상 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0일 밤 8만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1일 오전 8만1000달러를 넘었다. 한국 원화로는 1개당 1억1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5일 치러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 “미국을 가상 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던 트럼프의 승리 이후, 1개당 7만달러 아래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20% 가까이 상승했다.


11일 공화당이 미 하원 다수당이 되는 ‘레드 스위프(빨간색이 상징인 공화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는 것)’가 가시화하자 비트코인은 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가상 자산을 거래할 때 가해지던 각종 규제들이 트럼프 2기 때 약화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전체 시가총액은 1조6000억달러(약 2200조원)가량으로, 한국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846사의 전체 시총(2063조원)을 앞질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상 자산 세계가 르네상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11일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의 하루 거래 대금이 19조원을 넘어 코스피·코스닥을 합한 거래 대금 18조원을 추월했다. 이 같은 거래 대금 역전 현상은 지난 3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그래픽=양인성


가상 자산뿐 아니라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도 트럼프 당선 이후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상승세다. 다우평균과 나스닥지수, S&P500은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6일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8일에도 동반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는 3년 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을 ‘사기(scam)’라고 했다. “(비트코인이) 달러와 경쟁하기 때문에 도저히 좋아할 수 없다”고 했던 그가 이번 대선에선 180도 바뀌었다. 유세 중 자신이 ‘가상 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특유의 비즈니스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자신의 이름을 딴 운동화를 가상 자산으로 결제하게 한 뒤 팔아, 출시 두 시간 만에 완판되는 경험 등으로 “가상 자산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트럼프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 정부가 갖고 있거나 미래에 취득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행정부 정책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앙은행이 금을 보유하고, 정부가 원유를 비축하는 것처럼 비트코인을 재무부나 연준이 전략적으로 보유하겠다는 구상이다. 공화당은 이를 위한 법안도 내놓았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8월 미 연준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삼고 5년간 약 100만 개를 매입해 20년간 보유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중앙은행이 110조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이게 하겠다는 것으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재료다.


이런 방안이 현실화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가상 자산 업계가 트럼프와 공화당 측에 공을 들인 이유다. 미국의 가상 자산 지지 수퍼팩(정치활동위원회) ‘페어쉐이크’는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의원 후보 58명에게 1억3500만달러(약 1900억원)를 후원했고, 이 중 46명이 당선됐다. 반면 가상 자산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민주당 소속의 셰러드 브라운(오하이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은 낙선했다.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 상·하원을 장악하는 ‘레드 스위프’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상품 출시를 기다리는 가상 자산 업계엔 든든한 배경이 된다. 이 밖에 은행들이 기상 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 고객 대신 가상 자산을 보관하는 회사에 해당 가상 자산을 재무제표상 부채로 반영하는 규제 등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풀릴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데이비드 예맥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 몇 가지 엉뚱한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 화폐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도 규제가 이어질 여지가 남았다고 했다. 가상 자산의 랠리에 ‘트럼프의 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앞으로 트럼프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가상 자산의 변동성이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정훈 기자 run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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