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세·재정지출 등에 美 물가 오르면 금리인하 속도 더뎌질수도
원화가치 하락에 수입·소비자물가↑…피벗 효과 축소로 취약계층 부담 지속
사진=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우리나라 경제·금융의 주요 3대 변수인 환율·금리·물가가 모두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수년간 미국과 한국에서 이어진 통화 긴축의 결과로 물가는 안정되고, 최근 두 나라 중앙은행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금리와 원/달러 환율도 낮아지는 추세였지만, 미 대통령 선거 이후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실행으로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시장금리도 다시 오르며 기조적 달러 대비 원화 약세(가치 하락) 가능성이 커진다.
더구나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어렵게 1%대까지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까지 다시 들썩일 수 있다.
■달러 강세·한국 수출 타격 등에…연말 1,430원 전망도=원/달러 환율은 미 대선 개표가 시작된 지난 6일 1,404원까지 뛰며 약 7개월 만에 다시 1,400원대를 밟았다. 9일 야간 거래에서는 새벽 2시 1,395.30원까지 올라 다시 1,400원선에 다가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원화 약세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선거공약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미 재무부·미국무역대표부(USTR) 인사 결정 등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이어져 올해 말까지 1,360∼1,430원, 내년 1분기 1,350∼1,420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연준 금리 인하 내년 상반기 끝날수도"…한은 완화 속도에도 영향=앞서 9월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피벗)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통화 긴축 기조는 올해 하반기에 완화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인하 폭과 속도가 트럼프 재선으로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금리도 트럼프 재선을 전후로 오르는 추세다.
10월 말 기준 3년물 국고채 금리는(2.936%) 9월보다 12.5bp(1bp=0.01%포인트) 뛰었고, 5년물(2.998%)과 10년물(3.100%)도 각 11.1bp와 10.8bp 높아졌다.
■수입가격 상승에 물가 재불안 가능성…한은 통화완화 효과 더 줄어들듯=어렵게 잡은 인플레이션도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뛰면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최근 경상수지 브리핑에서 “환율이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 수정 전망에 반영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년=100)로 지난해보다 1.3% 올랐다.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최근 3년여간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 고통을 감수하면서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린 긴축의 결과다.
하지만 트럼프 재선으로 환율·물가 불안이 다시 커지면서 오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홍예정기자 hyj27@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