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글로벌IB·조사기관 인용
“내년 1200만대 이상 판매
내연차는 1100만대로 줄어”
中당국 목표 10년 앞당겨져
가성비 뛰어난 현지 브랜드
최대 4백만원 보조금 영향도
내년에 중국에서 전기차가 사상 처음으로 내연기관차보다 많이 팔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진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전기차 전환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과감한 기술 혁신에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더해져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HSBC와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우드맥킨지 등의 최신 추정치를 인용해 내년에 중국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을 포함한 전기차 판매량이 1200만대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1년(352만대)과 2022년(670만대)의 전기차 판매량 대비 각각 4배, 2배에 이르는 규모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1126만대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이달까지 포함하면 연간 판매량이 12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FT는 전기차와 달리 내년 중국의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올해보다 10% 이상 줄어 1100만대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내연기관차 판매량(1480만대)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급감한 수치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처음으로 추월하게 된다.
2020년 중국 당국은 2035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내년에 이와 같은 전망이 맞아떨어지면 목표를 10년이나 앞당겨 달성하게 된다. 실제로 중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급격히 늘고 있다. 2021년 13.3%에 그치던 비중은 현재(올해 1~11월 기준) 40.3%까지 치솟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전환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FT는 “역사적 변곡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전기차 성장세는 향후 10년간 내연기관차 생산 공장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며 “독일, 일본, 미국의 거대 자동차 회사들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2~3위 자동차 제조사인 혼다와 닛산은 전기차 전환 지연으로 중국 내 판매량이 급감하자 최근 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몸집을 불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사인 일본 도요타는 10개월 연속 전 세계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한때 판매 1위를 달리던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도 최근 16위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GM은 중국 사업 내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50억달러(약 7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최근 독일 폭스바겐은 극심한 경영난 탓에 장쑤성 난징 공장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가동률이 낮은 공장을 추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BYD의 판매량은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는 연간 판매 목표인 400만대를 돌파하며 미국 포드와 일본 혼다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상 판매량은 작년보다 40% 증가한 425만대다. 올해 첫 전기차를 선보인 ‘업계 후발주자’ 중국 샤오미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기차 ‘SU7’이 큰 인기를 끌며 연간 판매량에서는 이미 일본 도요타를 앞질렀다.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우수한 현지 전기차 브랜드들의 부상을 꼽을 수 있다. 미국 테슬라를 비롯한 외국산 전기차와 비교해 성능 격차는 작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게 특징이다. 일례로 BYD의 중형 세단인 씰(SEAL)의 가격은 3000만원대이지만, 경쟁 모델인 테슬라의 모델3는 5000만원대다.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과 서비스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소비 촉진 및 내수 진작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적 지원도 힘을 싣고 있다. 중국 상무부 등은 지난 4월부터 오래된 자동차나 가전 등 소비재를 새 제품으로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조금은 최대 2만위안(약 400만원)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지난 9일 기준 전국에서 접수된 자동차 보상판매 보조금 신청 건수는 500만건을 넘어섰다.
송광섭 특파원(song.kwangsub@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