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씨가 지난해 6월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매체 비예스티 제공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씨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권씨는 그간 경제범죄에 높은 형량을 내리는 미국 대신 한국으로 송환되기 위해 치열한 법정다툼을 벌여왔다.
27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이날 권씨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한다고 발표했다. 보얀 보조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미국의 송환 요청이 추방 기준을 충족해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로,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유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했으나 지난해 3월23일 두바이행 비행기를 타려던 도중 위조 여권이 적발돼 검거됐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모두 권씨 송환을 요구했는데, 권씨 측은 줄곧 한국 송환을 선호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여서 100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되는 것도 가능하지만 한국은 경제사범의 최고 형량이 약 40여년으로 미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국익 관점에서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는 것이 낫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송환 문제를 최종 결정할 권한이 법무장관에게 있다는 판결을 내렸고, 권씨 측이 헌법재판소에 항소했지만 헌재가 최근 이를 기각하면서 권씨의 미국행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