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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상 첫 단독 파업' 기업은행 노조, 거리로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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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동일 노동에도 시중은행보다 연봉 30% 낮아"



27일 오전 11시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업은행 임단투 비대위원회가 사상 첫 단독 총파업에 나섰다. /을지로=이선영 기자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시중은행에 비해 임금차별을 받고 있다는 명분으로 결국 27일 사상 첫 단독 총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동일 노동을 하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임금이 약 30% 적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노조 측이 총파업 장기화를 예고하면서 전 지점 영업에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7일 오전 11시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업은행 임단투(임금·단체협약에 관한 투쟁) 비대위원회가 사상 첫 단독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10시 30분께 기업은행 본점 앞은 총파업을 앞두고 전국에서 모인 노조원들로 붐볐다. 단시간에 인원이 몰리자 노조원들은 집회 관련 의자와 피켓, 머리띠 등을 받기 위해 본점 앞에 줄을 서 입장했다. 본점 로비 안에선 연말을 앞두고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는 노조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11시부터 통제된 도로에는 노조원들이 빼곡히 들어서면서 을지로입구역 부근까지 긴 행렬이 이어졌다.


이처럼 기업은행 노조가 독자적인 방식으로 파업을 진행한 건 1961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파업에는 조합원 7000~8000명이 참여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에서 온 노조원 A씨는 "날씨가 많이 춥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파업에 참석하게 됐다"며 "사상 첫 파업인 만큼 절실하다는 것을 회사가 알아주고 임금차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노조 관계자는 "9500명 가량이 노조 가입 인원인데 육아 휴직 등 휴직자 제외, 팀장급 이상 직원 들을 제외한 8000여명 가량이 참여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형선 기업은행 지부 위원장(금융노조 위원장 겸직)은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동일 노동을 제공하는 시중은행보다 30% 적은 임금을 직원에게 지급하고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을 핑계로 직원 1인당 약 600만원에 이르는 시간외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전자가 차별 임금이고, 후자는 임금 체불"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동일 노동을 제공하는 시중은행보다 30% 적은 임금을 직원에게 지급하고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을 핑계로 직원 1인당 약 600만원에 이르는 시간외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전자가 차별 임금이고, 후자는 임금 체불"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영 기자



사전 집회로 문을 연 집회는 본대회에 이어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까지 가두행진을 이어간 뒤 해산했다.


노조는 '차별·체불임금'을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동일 노동을 하는 시중은행 대비 임금 약 30% 적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총액 인건비 제한으로 1인당 600만원 수준의 시간외 근무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은행별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의 임직원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8528만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평균(1억1350만원)보다 24.9%가량 적은 수준이다.


앞서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9월부터 사측과 임단협(임금·단체협약)을 진행했으나 임금과 시간 외 근무수당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 12일 노조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조합원 88%가 참여한 가운데 95%인 6241명이 찬성하면서 파업이 통과됐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 파업을 '경고성'으로 규정했으며 기업은행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년 추가 파업도 검토할 계획이다.


노조 측이 총파업 장기화를 예고하면서 전 지점 영업에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노조가 2·3차 총파업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란 점을 감안해 창구 업무의 지속적인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오전 10시 30분께 기업은행 본점 앞은 총파업을 앞두고 전국에서 모인 노조원들로 붐볐다. /이선영 기자



다만, 일각에선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지원 등에 특화된 국책은행이 파업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정부 역시 공공기관 임금체계에서 기업은행만 이들이 요구하는 임금 수준만큼의 예외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QR코드를 통해 노조원의 집회 참여 여부를 출석체크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영업점 직원의 약 55%인 약 320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날 한 기업은행 지점 문 앞에는 '고객 여러분께 알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부착되기도 했다. 해당 안내문에는 "12월 27일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의 파업이 예정돼 있다"며 "이날은 은행 업무처리 시간이 지연되거나 일부 업무가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집회 현장 근처에서 만난 자영업자 B씨는 "영업점에 있어야 할 직원들이 거리로 나오니 기업은행에서 처리할 업무가 있는 고객들은 불편과 불안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연말을 앞둔 시점에 공백을 최소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사내 업무망을 통해 총파업을 대비해 비조합원의 연차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총파업과 관련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객 사전 안내 및 비노조 인력 영업점 배치 등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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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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