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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절체절명 위기" 신년사에 담긴 기업 총수들의 '경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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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경제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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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히 'AI' 관련 사업 확대 강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우리는 지금 생존과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더팩트 DB



일제히 발표된 2025년 신년사에는 경영 환경과 관련한 주요 기업 총수들의 경계심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지정학적 긴장의 누적에 더해 트럼프 2기 집권, 탄핵 정국 등 국내외 혼란스러운 상황까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한 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 총수들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임직원들의 혁신적 자세를 당부했다. 사업적으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적절하고 기민한 대응을 주문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을사년 첫 근무일인 전날(2일) 잇달아 신년사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올해 경영 방향성을 제시, 이에 걸맞은 도전과 혁신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올해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은 '어려움'을 전제했다는 점이다. "불확실성 확대, 내수 시장 침체 장기화 등 올해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 "우리는 지금 생존과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등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기업 총수들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아무리 심각한 위기 속에서도 치밀하게 준비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말했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시장 상황이 나쁘지만 이럴 때도 기업은 도전하고 성장해야 한다. 지금이 신세계가 또다시 혁신하고 변화할 적기"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당장 시장 여건이 어렵지만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방법으로는 다양한 안이 제시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그룹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무 건전성·업무 효율성 향상, 고객 관점의 사업 혁신 등을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미래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본원적 경쟁력'이며, 이를 위해 운영 개선의 빠른 추진을 통한 경영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팩트 DB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글로벌 시장'을 지목한 기업 총수도 적지 않았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복합적 위기 속에서 각 사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야 한다.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는 글로벌 영토 확장"이라며 "글로벌 영토 확장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성장 비전을 대외에 제시, 시장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주요 사업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히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세계 각국의 고객이 요구하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우리는 보다 윤리적이고 혁신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회사 특유의 DNA를 언급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정용진 회장은 "'1등 고객'의 갈증에 먼저 반응하고 집요하게 실행하는 신세계 본연의 DNA를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고, 앞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의 창업 정신에 도전과 변화의 DNA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하자"고 강조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우리는 이기는 법을 아는 DNA를 가지고 있다"며 "올해는 현대만의 성공 DNA를 일깨워 현대인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강화해 나가자"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은 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포기하면 실패고, 승리한다고 믿으면 영원히 승리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발언과 고 정몽헌 회장의 "변화할 각오와 준비가 된 사람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발언을 통해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공동명의 신년사를 낸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삼성 특유의 성장 전략인 '초격차'를 꺼내 들었다. 이들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자. 기존 성공 방식을 초월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래 기술 리더십과 철저한 품질 확보에도 만전을 기하자"고 당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올해 AI 내재화에 집중하자"고 주문했다. /더팩트 DB



올해 신년사에서 재계 총수 대부분이 사업적으로 강조한 부분은 'AI'였다. AI 관련 산업의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AI 시대를 맞아 임직원들의 AI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총수도 다수였다. 대표적으로 최태원 회장은 "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 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AI를 활용해 본원적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AI를 실제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SK 각 멤버사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함께 만들어내고 고객에게 제공하면 AI 밸류체인 리더십 확보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임직원들을 향해 "본격적인 AI 시대를 맞아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비용 절감 등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AI 내재화에 집중하자"고 요청했다. 박정원 회장은 AI 관련 수요 급증과 세계 전력 시장 확대 기회 속에서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SMR) △수소연료전지 △전자소재 사업 등에서 더욱 속도를 높여 시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향후 기업 활동의 모든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약속한 듯, 올해 경영 목표로 일제히 'AI 사업 확대'를 꼽았다. 한종희·전영현 부회장은 "고도화된 인텔리전스를 통해 올해는 확실한 디바이스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고 말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등 이동통신사 수장과 정신아 카카오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도 "AI 시장에서 인정받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유영상 대표는 "올해 AI가 실질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기업 총수 일부는 신년사를 통해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최태원 회장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항공 업계 종사자로서 안전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주는지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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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락(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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