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환율이 오르고(원화 약세) 해상 운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도 해운업황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해상 운임이 고공행진 하면서 해운사는 역대급 실적을 냈다. 해운업계에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미국 동부 항만노동조합 파업 등 올해 해상 운임 상승 요소가 많다고 보고 있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 기준 2505.17포인트(P)로 전주 대비 44.83P 넘게 올랐다. SCFI가 2500선을 넘긴 것은 지난해 9월 13일 이후 3개월 만이다.
통상 해운업계에서는 SCFI 1000선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지난 2023년 11월부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요인)로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은 수준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예멘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항로가 막히자 해상 운임이 가파르게 올랐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對)중국 관세를 올리기 전에 수출하려는 물량이 급증하면서 운임이 올랐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를 올린다고 발표하자 SCFI가 2306선에서 두 달 만에 3733선으로 62%가량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점도 운임을 달러로 받는 해운사 실적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선에서 움직이는데, 지난해 초(1300원)와 비교하면 약 11% 올랐다.
미국 동부 항만노조 파업 재개 가능성도 변수다. 오는 15일 항만 노사 간 단체협상 타결이 만료되는데, 항만 노동자 측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와 사용자 연합인 미국해사동맹(USMX) 간 협상이 결렬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항만 정체,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주와 화주 10명 중 4명은 올해 해상운임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2025년 세계 해상운임 전망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413명 중 39.8%는 올해 해상운임이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해운사의 실적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7,880원 ▼ 110 -1.38%)에 따르면 HMM(19,160원 ▲ 290 1.54%)의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11조3429억원, 영업이익은 3조2195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전 연도와 비교하면 각각 35%, 450% 뛴 수치다. LX판토스 모회사인 LX인터내셔널(26,000원 ▼ 900 -3.35%)의 올해 예상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16조6178억원, 3155억원으로 예상됐다.
조선비즈 이인아 기자